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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반도체’도 언급, 상호관세 조기타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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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반도체’도 언급, 상호관세 조기타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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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자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의 오찬 자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우리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도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는 철강(50%)·자동차(25%)에 이어,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까지 족쇄를 채우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의 ‘전체 윤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아무리 조기 타결을 원해도 합의안을 도출해내기 힘들다. 미국이 핵심 동맹국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깡패국가’가 되려는 게 아니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에도 브라질·스리랑카 등 9개국에 다음달 1일부터 매기게 될 상호관세를 통보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브라질엔 쿠데타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당장 멈추라”는 무례한 말을 섞어가며 무려 50%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전날인 8일에는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그리고 다른 여러 큰 것들에 대해 (품목관세를) 공표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구리와 자동차에 대해서도 이것을 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관세율을 밝히진 않았지만, 반도체에도 곧 품목관세를 부과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의 1위 수출품(1419억달러)이지만, 미국 비중(7.25%·103억달러)이 높진 않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우리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부활하는 25%의 상호관세뿐 아니라 철강·자동차에 걸려 있는 품목관세도 없애거나 깎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여러 관세·비관세 장벽의 철폐, 미국산 상품의 대규모 구매,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 등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에게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제공해온 확장억지 등 안보공약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가 현 조건 속에서 ‘극적인 타협안’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반도체 등 다른 수출품에 대한 품목관세가 하나둘씩 추가되면 ‘이익의 균형’은 깨지고 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하무인 협상 스타일을 놓고 볼 때 미국이 우리의 ‘추가 협상’ 요구를 받아들일지도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미국을 위해 우리 생살을 떼어달라는 말과 다름없다. 동맹을 황폐하게 만드는 게 결코 미국의 이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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