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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뿌리④ ‘극우 대부’ 아지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실과 '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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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뿌리④ ‘극우 대부’ 아지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실과 '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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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실이 '극단 우파의 대부'라 불리는 이희범 씨를 연결고리로 손효숙 리박스쿨을 포함한 보수 단체들과 조직적으로 교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손효숙 씨가 대표로 있는 리박스쿨에 사무실 공간을 공유해주며 리박스쿨 설립 초기에 활동을 지원해준 인물이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강승규, 황상무 등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 씨가 운영했던 식당 '뜨락'을 찾아 보수단체 대표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대남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손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 창립식에 직접 찾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이 주관한 보수단체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는 김건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위원도 포함돼 있었다. 김 위원은 2024년 3월 ‘뜨락’에서 황상무 당시 수석과 만나고, 두 달 뒤 국민의힘의 추천을 받아 국교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2024년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실 황상무 당시 시민사회수석 주관으로 열린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과 연 정책간담회. 이희범 자유와연대 대표가 발언 중이다. 출처 : 대한민국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 블로그
리박스쿨, '이희범 조직' 하위 단체... 손효숙, 이희범 단체에 '여론조작' 제안도
앞서 뉴스타파는 이희범 씨가 수십 개의 보수 단체를 만들고 여러 보수 단체를 지원하면서, 20대 21대 대선 당시에는 국민의힘 캠프에서 시민단체 관리 직책을 도맡아왔다고 보도했다. 이 씨는 손 대표가 프리덤칼리지장학회와 리박스쿨을 설립했을 당시 사무실을 제공한 인물이다.

리박스쿨은 이 씨가 만든 조직의 하위 단체다. 리박스쿨은 이 씨가 만든 연합체 ‘자유와연대’에 소속된 단체로 등록돼있다. 2022년 11월 ‘자유와연대’ 출범식에 참석한 손 씨는 “여기 있는 분들에게 여론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을 공유했으면 한다”면서 여론조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출범식 내빈 명단에는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선임행정관)와 박선영 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이름도 포함됐다. 김문수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낸 사실도 영상으로 남아있다.


대통령실-보수단체 접점 ‘뜨락’…김건 국교위원도 참석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이희범 씨를 매개로 보수 성향 단체들과 교류해온 정황을 보여주는 다수의 사진을 입수했다. 확보한 사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보수 시민단체가 주로 만난 장소는 이 씨가 운영하던 식당 ‘뜨락’이었다. 현재는 문을 닫은 '뜨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수 우파 인사들의 ‘아지트’로 통했다.

'뜨락'의 법인명 '청산뜨락' 감사 명단에 윤석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성삼영 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이희범 씨와 함께 '뜨락' 임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이 씨와 대통령실과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로, 단순한 만남 장소가 아닌 구조적 연결고리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희범 씨가 대표로 있는 식당 '뜨락'의 법인 '청산뜨락'의 등기 일부. 성삼영 전 윤석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이름이 감사에 나와있다.
2024년 3월,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뜨락’에서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이하 대군자) 블로그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황 수석 주관으로 ‘애국시민단체장’으로 불린 보수 시민단체장 60명이 참석해 2시간 가량 정책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실 황상무 당시 시민사회수석 주관으로 열린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과 연 정책간담회. 황상무 수석이 발언 중이다. 모습. 출처 : 대한민국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 블로그
해당 블로그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우파 시민 세력의 국회 진출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힘이 될 것”이라는 발언이 당시 나왔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황 수석은 “시민단체의 고언과 제안을 잘 수렴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건 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도 참석했다. 김 위원이 의장인 신전대협은 손효숙 씨가 설립한 장학회 '프리덤칼리지'가 후원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다. 김 위원은 2024년 3월 황상무 당시 수석과 이 간담회에서 만나고, 두 달 뒤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국교위원으로 임명됐다.


2024년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실 황상무 당시 시민사회수석 주관으로 열린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과 연 정책간담회. 김건 현 국교위원이 황 수석과 인사 중이다. 출처 : 대한민국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 블로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강승규·황상무, 이희범 식당 '뜨락' 찾아 간담회
2023년 11월에는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초청으로 ‘뜨락’에서 또 다른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각 보수 시민단체장과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자리에서 강 수석은 “2024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곧 대통령실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강 수석은 이후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23년 1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실 황상무 당시 시민사회수석 주관으로 열린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과 연 정책간담회. 황상무 수석이 발언 중이다. 모습. 출처 : 대한민국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 블로그
2023년 10월 열린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이하 교협) 창립 출범식에는 김대남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참석했다. 교협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단체로, 리박스쿨·우남네트워크·대한민국교원조합 등 11개 보수 성향 교육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이 단체의 법인 등록 주소는 리박스쿨 사무실 주소지와 동일하다.

김 행정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제가 처음 대통령실에 들어가 만난 분이 바로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님이었다”며 “전교조를 대신할 수 있는 조직으로 대한민국교원조합과도 소통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발언하며 보수 교육단체들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그 동료들, 또 나아가서 우리 시민사회 수석, 우리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실) 수석님, 그리고 우리 국민의 힘 의원들까지 같이. 나아가서 이제 그,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이런 어어 단체의 발전을 지원하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 김대남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2023년 10월 3일 열린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 창립 출범식)



2023년 10월 3일 손효숙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국가교육개혁국민협의회(이하 교협) 출범식 당시 사진.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옆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 모습. 출처 : 교협
뉴스타파는 김건 국교위원에게 2024년 3월 황상무 당시 수석과의 만남에서 국교위원 임명과 관련해 사전 교감을 나눴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그날 테이블에 앉아 밥만 먹고 돌아왔다”며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국교위원으로 합류한 것”이라며, 황 수석과의 별도 연락이나 도움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행사 분위기도 딱딱한 논의 자리라기보다는 그냥 ‘다 같이 화이팅하자’는 정도의 자리였다”며 “당시에는 신전대협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