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건물 사이로 유럽연합 국기가 반사돼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 청구서가 담긴 서한을 각국에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이 편지를 받기 전 서둘러 협상을 끝내길 바라고 있다. 결국 미국의 요구에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어떤 수준의 ‘양보안’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올로프 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은 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정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그려졌다며 “다가오는 며칠 안으로 협상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각국에 관세 부과 서한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인 8일 “그들(유럽)은 매우 강경하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아마 이틀 후엔 (유럽연합에)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한 뒤 나온 반응이다.
미국이 각국에 관세율이 적시된 서한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유럽은 다급하게 협상 타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까진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보내고 있는 관세 부과 서한 대상 명단엔 빠져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1차 상호 관세 서한을 보낸 뒤, 9일엔 브라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8개국에 추가로 서한을 발송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관세 부과 시점을 이달 9일에서 다음달 1일로 연장했는데, 여기엔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미국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수개월째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 중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 무역 및 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밤 유럽연합이 현재 “협상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와 있다”며 가능한 빨리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8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통화를 마쳤다.
다만 협상에서 유럽연합이 얼마나 미국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어떤 형태건 유럽연합산 대부분의 제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협상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유럽이 최대 수출국인 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200% 올리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현재 시행 중인 자동차 관세 25% 및 철강·알루미늄 50% 관세율도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쪽 협상가들은 유럽의 관세 면제 요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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