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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귀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기자들에게 방미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과 ‘통상·안보 패키지 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그 배경과 실효성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스톱 쇼핑’ 요구에 맞추기 위해선 여러 협상 영역을 연계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패키지 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린다. 미국이 제시한 각각의 요구안들이 한국 입장에선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중대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위성락 실장이 ‘패키지 딜’을 제안한 배경에는 안보 사안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고선 관세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통보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국방비 지출과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관세를 지렛대 삼아 투자·안보 등 다른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원스톱 쇼핑’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 쪽이 들이민 청구서 목록을 보면 우리 정부가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디지털 부문 규제 완화 등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레드라인’ 이슈들부터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 등 품목 관세, 국방비 5% 증액 요구까지 포함한다. 주목할 부분은 위 실장이 ‘패키지 딜’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방비 증액 뿐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이재명 정부의 ‘1호 국방공약’인 전작권 전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관세 인상과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 등 미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테니 우리가 원하는 전작권 전환에도 협조해달라는 식이다.
하지만 통상과 안보를 결합하는 협상 방식의 실효성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찬반이 맞선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패키지를 구성하는 외교·안보·통상 현안 모두 미국에 ‘주는 카드’로 쓰기 어려운 중대 이슈”라며 “현안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쉽지 않고, 순위가 낮은 현안이라고 해서 흔쾌히 양보 카드로 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작권 전환’이 협상카드로서 갖는 활용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전작권을 돌려주는데 긍정적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전작권 전환을 내걸었을 만큼 양쪽의 이해가 수렴하기 때문에 ‘거래 카드’로서의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특임 교수는 “전작권 전환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선호하는 이슈이니 어느 한쪽의 ‘바게닝 칩’(협상 카드)으로 쓰기 힘들 것 같다”며 “안보는 패키지 딜을 할 게 아니라 별도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투자 및 가스·오일 수입 확대, 미국산 무기 구입까지 넣으면 (양국이 주고받기 균형을 맞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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