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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브로맨스 균열…애초에 짝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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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브로맨스 균열…애초에 짝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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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가 차갑게 식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각의가 열리기 전에 기자들에게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면, 푸틴은 우리한테 헛소리를 퍼부었다는 것이다”며 “그는 우리한테 항상 좋게 대했으나, 의미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푸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전달 중이던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 무기 제공을 중단한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 중단 결정은 누가 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른다”며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되물었다.



트럼프는 전날인 7일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을 지킬 수 있어야만 한다”며 “우리는 더 많은 무기, 주로 방어 무기들을 보낼 것이나, 그들은 더 심하게 공격받고 있고, 많은 사람이 그 난장판에서 죽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보여왔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를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3일 푸틴과의 통화 뒤 불쾌감을 보였다. 트럼프는 “그는 사람들만 계속 죽이면서 제 갈 길만을 가기를 원한다”며 “좋지 않다. 아주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주 동안 트럼프는 푸틴에게 점점 불만을 보였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속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자신이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지난 5월 말 트럼프는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후 트럼프는 푸틴과의 타협에 여전히 가능성을 두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6월24∼25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를 만나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시사해, 관계 회복 의지를 보여줬다.



러시아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거둬들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9일 ‘푸틴이 많은 헛소리를 퍼부었다’는 트럼프의 비난에 대해 “우리는 아주 차분하다”며 “트럼프가 말하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아주 거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파탄 난 양자 관계를 수선하려는 워싱턴과의 대화를 지속할 계획이다”며 “트럼프와 그의 팀도 외교의 장에 평화 프로세스를 돌려놓는 노력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 넘쳐난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이 미국 대통령은 냉·온탕을 오간다. 신발을 바꾸는 정도로 쉽게 주요 사안에 대해 마음을 바꾼다”고 비꼬았다. 신문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성정, 급격한 기분, 혼란스런 방향 전환”을 지적하며 “지정학적 업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양국 관계는 6월 이후 사실상 다시 동결됐다. 모스크바를 빈번하게 방문하던 트럼프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는 러시아에 오지 않은 지 2달이 넘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들어서 미국이 양자 외교 접촉을 복원하려는 2차 회담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스키 콤소몰레츠’는 “크렘린 쪽은 트럼프가 러시아에 너무 적은 것을 제안했다고 믿고 있어서, 러시아의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는 ‘나쁜 평화’보다는 ‘좋은 싸움’이 더 좋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와 푸틴 관계 악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둔 양자의 시각 차이가 근본 원인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점령지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불허 정도를 주면 종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푸틴은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를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서방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절연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종전을 고리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여의치 않은 것도 근본 배경이다. 러시아와 푸틴은 현재로써는 중국과의 연대의 고삐를 늦출 의사가 전혀 없고, 오히려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을 견제할 지렛대 확보에 더 관심이 많다.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회복될지는 미지수이다. 애초부터 트럼프의 일방적 짝사랑이었고, 푸틴은 이를 즐겼던 것처럼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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