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재구속된 10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서 있다. 이준헌 기자 |
8년여 년 전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특검 손에 구속됐다. 조은석 내란특검 역시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특수통’으로 꼽혔던 터라 이번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특수통과 특수통의 법리 싸움도 주목받았는데, 1차전에선 조 특검이 ‘한판승’을 거뒀다. 이날 서울구치소에 갇힌 윤 전 대통령은 두 차례 변호인단과 접견을 하면서 구속적부심 청구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찰조직에서 찍혀 한직을 떠돌던 검사 윤석열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2016년 12월에 출범한 박근혜-최순실 특검 수사였다.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당시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가 징계를 받고 좌천됐는데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검보급인 수사팀장을 맡아 ‘돌아온 칼잡이’로 주목받았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연달아 맡았다. 총장 임기 말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 결국 대통령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내란특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이날 발부되면서 특검 수사팀장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특검으로부터 구속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특검의 지휘로 서울구치소에 약 4개월 만에 다시 입소해 3평 남짓 독방에 수용됐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됐기 때문에 지난 구속 당시와 달리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도 중단된다. 목욕도 공동 목욕탕에서 하게 되고 식사도 일반 수용자 식단에 맞춰 먹게 된다. 서울구치소 이날 아침 메뉴는 미니치즈빵, 찐감자, 종합견과류였다.
조 특검 역시 현직 검사 시절 특수수사에 정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번 특검 수사는 ‘특수통 대 특수통’ 대결로도 주목받았다. 조 특검은 수사 초반부터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변칙적인 속도전을 벌였는데, 결국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초반 싸움에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특검 측은 1993년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발표 당시 국무회의 영상까지 재생하면서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결과적으로 ‘통한 전략’이 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발표했을 때도 국무위원들은 소집 직전까지 발표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국무회의록도 사후에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변호인단 접견을 하며 반격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10차 공판에도 불참했다. 향후 특검 수사에도 윤 전 대통령이 협조적으로 나올지 미지수다. 그는 구속적부심 청구 등 수사에 대한 이의 절차를 변호인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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