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급매 매물 광고가 게사돼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577건으로 규제 직전 일주일간(6월 20~26일) 거래량이 1629건이던 것에 비해 64.6%(1052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07.07.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
6·27 대출규제 발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거래가 뚝 끊기고, 가격은 빠르게 조정되는 모습이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강남 고가 아파트들조차 직격탄을 맞았다. 현장에서는 불과 2주 새 모든 게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7월 첫째 주(7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집값 상승폭이 2주 새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27일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 후 2주가 지난 현재 집값 상승률은 서초 0.77%→0.48%, 강남 0.84%→0.34%, 송파 0.88%→0.38%, 강동 0.74%→0.29%를 기록했다. 여전히 신축,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매수 문의가 감소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이달 들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454건에 그쳤다. 이는 6월(9811건), 5월(8120건)과 비교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실거래가 신고 마감일까지 한 달여 이상 남았지만, 이 같은 거래 절벽은 규제 직후 시장의 심리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부동산 정보플랫폼 리얼투데이는 6·27 규제 시행 전후 일주일 대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60% 이상 줄었다고 분석했다.
직격탄을 맞은 대표 지역은 강남권과 한강벨트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지만, 규제 발표 후 흐름이 급변했다. 전용 84㎡ 매물이 72억 원에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 호가는 65억~70억 원대로 내려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내려가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 매수 문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건축 최대 사업장으로 꼽히는 한강변 압구정동도 비슷하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는 호가가 50억원 중반선에 형성됐다. 가장 최근 거래보다 10억원가량 내려간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53억 원에 거래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해당 실거래 등록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강남권 지역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직전 거래(27억2000만원)보다 5억원 이상 내린 22억원에 실거래됐다.
대출 규제의 여파는 전세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경우 전세 세입자 확보가 지연되면서 몇몇 집주인은 전세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지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상 신규 분양 아파트는 거래 허가 대상에서 빠진다. 메이플자이 전용 84㎡ 전세 호가는 불과 한두 달 전에는 18억∼19억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14억~15억원대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집값이 상승에서 조정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6·27 대책처럼 고강도 규제책이 나오면 시장에서 일단 매수세가 사라지고, 일단 관망세로 접어든다"며 "이제 과거 고점 매물은 거래가 안 되고,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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