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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보우소나루 마녀사냥해서’…트럼프, 브라질에 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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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보우소나루 마녀사냥해서’…트럼프, 브라질에 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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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9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투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9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투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 때보다 무려 40% 포인트가 인상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식 재판’이 관세 인상의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서한에서 “브라질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은 국제적인 수치”라며 “이번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보우소나루를 “매우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 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이기고 세번째 대통령직에 올랐다. 룰라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뒤인 2023년 1월8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과 의회 건물, 대법원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말에 벌어진 ‘1·6 미국 의회 폭동’ 사건과 유사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퇴임했다. 지난 2월 파울로 고넷 브라질 검찰총장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등 33명을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기소했고, 브라질 대법원은 3월26일 이들에 대한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 보우소나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죄가 없다. 단지 국민을 위해 싸운 것뿐”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근거로 “브라질이 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검열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들었다. 브라질은 2022년 대선 이후 소셜미디어와 전쟁을 벌여 왔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극우파 정치인과 지지 세력이 엑스 등을 통해 부정 선거, 인종주의, 증오 발언,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차례 계정 삭제 요구에도 엑스가 응하지 않자,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8월30일 엑스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이 미국 기업의 디지털 무역 활동을 방해하고 다른 불공정 무역행위를 지속해왔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다고도 밝혔다.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50% 관세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현 정권이 자행하는 중대한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브라질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도 추가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0%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발표한 여러 국가 대상 관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이 상품 무역에서 7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브라질을 향해 “지속 불가능한 무역적자도 이번 고율 관세의 고려 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우리는 제국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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