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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시설 중 하나의 선택으로 몰아가는 돌봄시스템은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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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시설 중 하나의 선택으로 몰아가는 돌봄시스템은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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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돌돔과미래 김용익 이사장.

돌돔과미래 김용익 이사장.


[라포르시안] 내년으로 예정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통합돌봄 정책의 본질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전환에 대응하는 사회적 재설계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한국 사회의 돌봄 위기는 단순히 고령 인구의 증가라는 양적인 문제를 넘어, 인구구조의 본질적인 전환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바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이라는 주장이다.

돌봄과미래 김용익 이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통합돌봄의 미래, 돌봄통합지원법과 한의약의 역할'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본질을 분석하며, "우리는 흔히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현상을 고령화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1960년대에는 동네 아이들이 정말 많았다. 평균 출산율이 6명 이상이었고, 10명 넘는 자녀를 둔 가정도 많았다. 아이들이 동네를 누비며 자라는 풍경이 일상이었고,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늘어났다"며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아동 인구는 극단적으로 줄고 있으며, 20세기 후반까지 계속 증가하던 생산가능인구는 21세기에 들어와 완전히 반전되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인구구조가 거울처럼 뒤집힌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구 고령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인 생산역량이 구조적으로 위협받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정책적 대응은 매우 명확하다. 바로 생산가능인구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건강한 고령자, 여성, 장애인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에 참여시켜야 하고, 그 전제 조건으로 사회가 이들을 대신해 돌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 인구의 질적 변화…'돌봄 대상'에서 '정치적 주체'로

시설 중심 돌봄의 한계…지역사회 통합돌봄이 해법


김 이사장은 고령화의 또 다른 특성으로 수적 증가뿐아 아닌 고령 인구의 성향이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앞으로 노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과거의 노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1950~1970년대 출생자는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를 거친 이들로, 정치적 훈련이 돼 있고 사회적 발언력이 매우 강한 세대로, 과거처럼 요양시설에 조용히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정치적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앞으로의 고령화는 단순히 복지의 대상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김 이사장은 전망했다.


그는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건강 상태가 더 취약하고 돌봄 필요도가 훨씬 높은 집단"이라며 "결국 이 구조는 단지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강도와 밀도가 극단적으로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돌봄 시스템의 문제로 요양시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인권 침해와 개별성의 부정, 획일화된 서비스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가족이 직접 돌보기에는 부담이 크고, 시설에 맡기자니 죄책감이 드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가족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결국 돌봄을 가족과 시설 중 하나의 선택으로 몰아가는 기존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은 분명하다. 바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돌봄이다. 지역사회가 다시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고, 공공이 중심이 되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돌봄정책 방향은 집짓기 아닌 주춧돌 놓기 돼야"

올해부터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통합돌봄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며, 이미 131개 지자체가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전체 기초지자체의 60%가 넘는 규모로, 제도의 본격화가 시작됐다.

김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2년 정도 이 사업을 추진한 뒤 다음 정부에 넘기려던 계획이었지만, 정권 교체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면서 현 정부가 초기 설계를 떠맡게 됐다"며 "새 정부는 통합돌봄 사업이라는 집을 짓기보다는 이 제도의 주춧돌을 놓고, 기반을 단단히 다져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돌봄은 아직 완성된 정책이 아니라 공사판이다. 조직도 없고, 예산도 충분치 않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고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통합돌봄을 위해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기초지자체 조직 확대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 통합돌봄은 여야 모두가 공약한 사안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합의된 사회적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이제는 판을 새로 짜야 할 시기다. 잘하면 대박이고, 못하면 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초공사를 해두면, 다음 정부가 그 위에 튼튼한 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시작이 바로 지금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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