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장민수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댄서 아이키가 뮤지컬에 도전했다. 가수도, 배우도 아닌 댄서가 뮤지컬이라니. 의구심이 없지 않았으나, 적어도 '프리다'의 레플레하 역에는 제격이다.
'프리다'는 고통과 시련에 당당히 맞선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쇼뮤지컬이다. 추정화 연출가(작/연출)와 허수현 작곡가 겸 음악감독(작/편곡), 김병진 안무가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2022년 초연됐으며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다.
가상의 토크쇼인 '라스트 나잇 쇼'에 프리다가 초청되고, 관객은 그의 삶을 보고 듣게 된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프리다 칼로의 예술가적 면모를 보여주듯, 극 또한 예술적 감각이 묻어있다. 프리다의 그림은 조명과 어우러져 시각적 다채로움을 더한다. 팝, 록, 플라멩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한다. '라 비다'(La vida) '코르셋'(Corset) '칭가 뚜 마드레 라 비다'(Chingga tu madre Lavida) 등의 멜로디는 중독성도 높다.
화려한 쇼의 끝에는 뭉클한 감동이 있다. 척추가 부러지고,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뱃속의 아이를 잃어도, 끝내 삶을 살아가는 불굴의 의지. 프리다의 투쟁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달콤쌉쌀한 삶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외치는 "VIVA LA VIDA!"(인생이여 영원하라!)가 뜨겁게 다가온다.
이번 시즌은 프리다 역 김소향, 김지우, 김히어라, 정유지, 레플레하 역 전수미, 장은아, 아이키, 데스티노 역 이아름솔, 이지연, 박선영, 메모리아 역 박시인, 허윤슬, 유연정이 출연한다.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 틈에 놓인 '댄서' 아이키의 이름이 관심을 모은다.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리즈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국내 대표 댄서이자 안무가.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인데, 직접 보니 탁월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레플레하는 '라스트 나잇 쇼'의 진행자와 프리다의 남자 디에고를 오가는 역할. 특히 디에고로서 프리다에게 구애하는 '허밍 버드'(Humming bird) 장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해당 장면에서는 각 배우마다 자신의 매력을 살려 프리다에 어필하게 된다.
아이키는 장기인 화려한 댄스로 프리다뿐 아니라 관객 모두를 사로잡는다. 더불어 능청스럽고 연기와 자신감 넘치는 무대 매너 또한 돋보인다. 관객과 호흡하며 완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쳐도 뮤지컬에서 노래가 부족하면 만족할 수 없을 것. 다행히 노래 실력도 준수하다. 솔로 넘버 '허밍 버드'의 난이도가 다른 곡에 비해 무난하기는 하지만, 큰 불안감 없이 안정적이다. 물론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던 배우들과 실력을 비교할 순 없다. 그래도 함께 호흡을 맞춘 곡에서 튀거나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한편 '프리다'는 오는 9월 7일까지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MHN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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