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 잘사]
<3> '좋은 죽음' 위한 '좋은 장례'를 찾아서
2000년대 들어 죽음은 대형 비즈니스가 됐다.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가 10대 히트상품 중 8위로 상조서비스를 선정했을 정도다. 이사업체에 이사를 맡기고 웨딩플래너에게 결혼을 맡기듯, 장례도 외주를 준다. 얼마짜리 수의, 얼마짜리 유골함, 얼마짜리 조문객 식사… 쇼핑하듯 고르고 계약서에 줄줄이 서명하는 것으로 장례가 시작된다. 슬퍼하는 틈틈이 주문과 결제를 반복하다 보면 장례기간이 끝나 있다.
그러나 장례는 단 한 번이다. 내 장례만 한 번일까. 내 엄마, 내 언니, 내 배우자의 장례도 딱 한 번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공인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장례 노동 현장에 들어가 장례 문화를 깊이 들여다본 희정 작가가 장례를 잘 치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를 꼽았다.
① ’미리미리’ 고민하고 결정하자
장례는 고인뿐 아니라 그를 떠나보내고 여기 남은 사별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장례 희망’을 구체적으로 합의해 두자. 연명의료를 할지, 재산 상속은 어떻게 할지를 이것저것 따지며 고민하듯 말이다. 장례를 기획할 권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넘기지 말자. 사별하고 나면, 의식이 희미해지고 나면 너무 늦는다.
<3> '좋은 죽음' 위한 '좋은 장례'를 찾아서
편집자주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이 과제인 시대입니다. 행복하게 살다가 품위 있게 늙고 평온한 죽음을 맞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최문선 논설위원과 함께 해법을 찾아봅니다.희정 작가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유족들이 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보내는 인사인데도 잘지내 행복해 아프지 마처럼 안부를 묻는 인사가 많다. 박시몬 기자 |
2000년대 들어 죽음은 대형 비즈니스가 됐다.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가 10대 히트상품 중 8위로 상조서비스를 선정했을 정도다. 이사업체에 이사를 맡기고 웨딩플래너에게 결혼을 맡기듯, 장례도 외주를 준다. 얼마짜리 수의, 얼마짜리 유골함, 얼마짜리 조문객 식사… 쇼핑하듯 고르고 계약서에 줄줄이 서명하는 것으로 장례가 시작된다. 슬퍼하는 틈틈이 주문과 결제를 반복하다 보면 장례기간이 끝나 있다.
그러나 장례는 단 한 번이다. 내 장례만 한 번일까. 내 엄마, 내 언니, 내 배우자의 장례도 딱 한 번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공인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장례 노동 현장에 들어가 장례 문화를 깊이 들여다본 희정 작가가 장례를 잘 치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를 꼽았다.
① ’미리미리’ 고민하고 결정하자
장례는 고인뿐 아니라 그를 떠나보내고 여기 남은 사별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장례 희망’을 구체적으로 합의해 두자. 연명의료를 할지, 재산 상속은 어떻게 할지를 이것저것 따지며 고민하듯 말이다. 장례를 기획할 권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넘기지 말자. 사별하고 나면, 의식이 희미해지고 나면 너무 늦는다.
② '정답'에 휘둘리지 말자
“다들 그렇게 한다”는 말은 흘려듣자. ‘남들 보는 눈’이 무슨 소용인가. 육개장 아닌 채식 식사를 대접해도,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이 상주를 맡아도, 나무·대리석 대신 종이로 만든 관을 써도, 조문객이 별로 없어도 괜찮다. 삶의 과정에 정답이 없듯 삶의 마지막도 마찬가지다.
③ 고인 곁에 머물러 주자
장례식장마다 시신을 단장하고 수의를 입히고 천으로 감싸는 염습과 입관에 허용된 시간은 약 90분. 장례지도사가 정성을 다하기엔 촉박하다. 마음을 놓으려면 처음부터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날 시간이기도 하다. 사별을 수용하고 죽음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④ ”사느라 고생했다”고 인사하자
“사랑한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 “잘가라”는 말에 한 가지를 더하면 어떨까. 살아내느라 애썼다는 사실을 서로 알아봐 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건, 존중하고 연민하는 마음으로 보내주자. 그는 존엄하게 떠날 수 있고 나는 위안을 찾을 수 있다.
⑤ 두려움 없이 경험·정보를 나누자
먼저 사별을 겪은 이에게 대화를 청하자. 죽음, 장례, 애도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고, 상상하자. 덜 두려워질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처럼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애도 경험은 나누면 더 나은 애도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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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