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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국민 안전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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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국민 안전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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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커빌 과달루페 강변에 설치된 출입 통제선 위로 성조기가 꽂혀 있다. /AFPBBNews=뉴스1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커빌 과달루페 강변에 설치된 출입 통제선 위로 성조기가 꽂혀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돌발 홍수'의 사망자 수가 최소 111명에 달하고, 상당수가 어린이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 지역을 비롯해 미국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현장에선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 다수가 수백 명을 구조하고 실종자 및 시신 수습에 나서며 희생자들을 도왔다.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홍수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하지만 미국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희생자 애도보다 자신의 '관세 정책' 성과 내기에 더 집중했다. 특히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대신 골프장에 머무르며 관세 통보 서한 발송 등 관세 정책과 관련된 정치적 메시지에만 집중했다. 연방정부 기관 예산 축소, 인력 감축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 등에는 이번 홍수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재앙"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는 SNS(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대체했는데, 이마저도 홍수 발생 이틀 만에 나오고 본인 정책 성과에 초점을 맞춰졌다.

물론 대통령은 정책 성과 등 자신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하지만 대형 홍수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 직후에는 희생자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앞으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 등을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 특히 이번 홍수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기후변화가 거론되는 만큼, 상황 수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후 유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고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도자'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와 정책 성과 자랑이 아닌 재난 상황 수습과 기후변화 위기 불안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이다. 위기의 순간 국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이자 시험대이다. 미국 국민 다수가 텍사스 '돌발 홍수'로 슬퍼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 아닌 희생자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책임 발언이었어야 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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