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
블랙스완은 다들 잘 알다시피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것이다. 그러다 이 단어에서 파생해 '그레이스완'(Grey Swan)이 등장한다. 예측이 가능하거나 예측됐을지 모르는 것으로 너무 오랫동안 무시하면 전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큰 충격을 발산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그 예라 하겠다.
최근 널리 회자되는 용어는 '그린스완'(Green Swan)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지속가능성장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존 엘킹턴 교수가 2020년 그의 저서에서 내세운 개념이다. 다들 제목에서 간파하듯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부문의 위기를 뜻한다. 나아가 '그린'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긍정적 이미지를 반영해 글로벌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 전 분야에서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노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먼저의 개념인 블랙스완과 그레이스완이 퇴행적 결과를 초래해 인류를 몰락으로 이끄는 문제만을 의미했다면 그린스완은 기후분야의 위기뿐만 아니라 태양열, 풍력발전, 전기자동차의 사용과 백신기술의 발전을 포함한 인류를 구원하는 해결책까지 포함한 다중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이런 스완류의 퇴행적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엘킹턴 교수는 '퓨처핏'(Future Fit)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이런 문제는 개인이나 일개 조직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에 전 인류의 시스템적 가치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기업'이 전 세계 경제의 엔진임을 이해하고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과 환경, 사회가 따로따로 역할을 하는 선을 넘어서서 그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형성되고 나아가 시스템적 가치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제일 근간이 기업의 가치변화라는 것이다.
둘째, 퓨처핏 사회의 핵심은 뭘까. 환경을 복구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정의로우며 경제적으로 포용성 있는 기업, 시장,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ESG가 잘 실현된 사회, 엘킹턴 교수의 용어로는 3P(Planet, People, Profit)가 고루 균형잡힌 사회라 하겠다.
셋째, 퓨처핏 사회로의 긴 여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상황에 맞는 퓨처핏 비즈니스 구축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시장주체가 올바른 ESG적 행보를 인지하고 그런 발전적 행보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류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장메커니즘과 인센티브적 기제가 장착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린스완적 사회에선 정부의 통제가 상실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과 조직, 경제를 새롭게 재창조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에 몸담은 모든 사람을 최고재창조책임자(Chief Reinvention Officer)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온갖 스완이 판치는 세상에서 결국 기업을 필두로 시장친화적인 인센티브 기제를 활용해 재창조의 혁신을 거듭해야만 할 것이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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