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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인공지능을 위하여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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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인공지능을 위하여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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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2025 KOREA 누리집 갈무리

APEC 2025 KOREA 누리집 갈무리




이승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반도체물리학 박사)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가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다. 의장국 대한민국이 연결, 혁신, 번영을 전략 축으로 삼아 추진하는 주요 논제는 인공지능(AI) 협력과 인구구조변화 대응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여전히 개발 중에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공명정대하지만은 않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과거 데이터에는 인간 사회의 사회적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흑인의 얼굴 사진에 인공지능이 고릴라로 태그를 붙인 사건은 편향의 대표 사례다. 얼굴 인식 기술의 오류율이 백인 남성은 1% 미만이지만 흑인 여성은 무려 35%에 이른다. 2018년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채용 알고리즘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결국 폐기된 사건도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우리의 경력, 기회,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시점에서, 인공지능의 편향 문제는 인종과 성별을 초월한 인류 전체의 시급한 문제다.



인공지능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관련 윤리 기준을 정하고 함께 준수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 윤리 지침을 통해 개발자들이 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펙 2025에서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기술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윤리적 활용 촉진, 포용적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 국제적 협력 강화를 핵심 의제로 제시하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각국이 협력하여 기준을 세우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여 인종과 성별의 차별 없이 모두에게 공정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다.



또한 오는 8월1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릴 ‘2025 아펙 여성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심포지엄’은 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 다양성 확보와 기술 편향 해소를 위한 국제적 논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 강화를 주제로 진행될 이 심포지엄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여성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이 모두에게 공정하며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위셋)과 여성과학기술인 단체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아태지역 과학기술·여성기관 관계자와 여학생 등 300여명이 참여하여 여성들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활약할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 강화: 정책, 협력, 그리고 영향’이 주제인 패널 토의에서는 문애리 위셋 이사장과 프랜시스 심스 캐나다 험버칼리지 부학장의 발제로, 아태지역 각국 주요 인사들이 인공지능과 스템 분야에서 여성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협력 방안을 함께 이야기한다. 또한 기조강연자 차미영 카이스트 교수, 아샤 색세나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하여, 심포지엄과 함께 열릴 ‘이공계 여학생(Girls in STEM) 워크숍’에서도 니스린 하시미티 국제왕립과학재단 회장, 임혜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등 저명한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이공계를 꿈꾸는 여학생들의 롤모델로서 강연할 예정이다.



이미 우리 일상에까지 파고든 인공지능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윤리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국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인공지능의 잘못된 점을 고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 더 심각한 불평등을 물려주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아펙이 젠더 편향을 비롯한 인공지능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을 이끌고, 이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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