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유 협상전략... 차분히 임해야"
위성락 안보실장 방미 일정 마치고 귀국
"방위비 1.5조... 국제 흐름 따라 늘릴 것"
정부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대폭 증액 요구에 "한미 간의 기존 방위비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간 기존 협정의 유효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에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관세 협상과 연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과 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심이 커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외국 정상 발언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한다"며 "정부는 유효하게 타결되고 발효된 SMA를 준수하며 이행을 다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보조를 맞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한미 간 합의한 제12차 (SMA)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그들은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부르며 주장한 금액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재임 시인 지난해 10월 한미 간 합의에 따라 내년에 낼 방위비 분담금(1조5,912억 원)의 9배에 달한다.
위성락 안보실장 방미 일정 마치고 귀국
"방위비 1.5조... 국제 흐름 따라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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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정부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대폭 증액 요구에 "한미 간의 기존 방위비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간 기존 협정의 유효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에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관세 협상과 연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과 내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심이 커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외국 정상 발언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한다"며 "정부는 유효하게 타결되고 발효된 SMA를 준수하며 이행을 다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보조를 맞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한미 간 합의한 제12차 (SMA)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그들은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부르며 주장한 금액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재임 시인 지난해 10월 한미 간 합의에 따라 내년에 낼 방위비 분담금(1조5,912억 원)의 9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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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4일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가 미국 측 수석대표 린다 스펙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함께 서울 외교부 정부청사 별관에서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가서명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정부는 일단 양국 간 기존 협약 준수를 강조하며 응수한 셈이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이 같은 협약 내용을 백지화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를 협상 전략의 일부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저런 협상 카드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 아니겠느냐"며 "일희일비하기보다 차분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측 요구를 전부 거절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내줄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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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미측이 두 사안을 연계하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만약 관세 협상 때문에 정상회담이 지연된다면 불가피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국익'이 걸린 관세 협상에서 과도한 양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위성락 "방위비 1.5조가 사실... 국제 흐름 따라 늘릴 것"
한편, 이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과 관련해 "(미측에서) 방위비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1조5,000억 원(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것은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직간접적으로 내는 방위지원금이 많이 있고 우리도 국제 흐름에 따라 늘려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상 요구에는 응하되, 한국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큰 틀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 실장의 귀국으로 대미 관세·안보 협상과 관련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대응책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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