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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트럼프 방위비 인상 압박, ‘한국식 안보’로 가는 전기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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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트럼프 방위비 인상 압박, ‘한국식 안보’로 가는 전기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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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통보한 다음날 국방 예산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집권 1기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거론하며 “한국이 1년에 100억달러(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말해왔던 금액이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정부와 체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내년 분담금을 1조5192억원으로, 그다음 해부터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인상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협정을 무시하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9배 더 내는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우리 국방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최근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올리라는 요구도 깔려 있다. 올해 한국의 국방 예산이 GDP의 2.32%인 61조2469억원인데, 70조원가량 증액하란 얘기다.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깨고 고율 관세를 매기려는 것도 모자라, 합의한 지 1년도 안 된 SMA를 무시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방비 대폭 증액도 한국의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협상하자는데 한국이 무작정 거부할 수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경제와 안보 현안을 연계해 한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실리를 끌어내려고 한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9일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협의에서 “통상·투자·구매·안보 전판을 패키지로 협의하자”고 제안했고, 루비오 장관도 공감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향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 협상의 최우선 목표는 국익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은 한국 국방비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요구를 ‘한·미 동맹의 현대화’로 표현한다. 미국이 동북아 안보의 새판을 짜겠다면, 한국은 미국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할 이유가 없다. 굳건한 한·미 동맹 토대 위에서 한반도 방위와 평화를 우리가 책임지는 ‘한국식 안보’로 가겠다는 당당한 자세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그 일환일 것이다.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의 주체적 판단과 국민적 동의하에 국방 예산을 늘릴 수도 있다. 한·미 안보 협상을 그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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