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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루묵 대신 참치·만타가오리... 기후변화 대응형 수산정책 시급

파인드비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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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루묵 대신 참치·만타가오리... 기후변화 대응형 수산정책 시급

서울흐림 / 2.3 °
뜨거워진 바다로 변하는 어족자원
기후변화 대응형 수산정책 마련해야
바닷속을 유영하는 만타가오리 모습 (참고사진)

바닷속을 유영하는 만타가오리 모습 (참고사진)


최근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만타가오리가 발견된데 이어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열대성 어종인 참다랑어 1300마리가 한꺼번에 잡혔다.

전문가들은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아열대성 해양 생물 분포의 북상으로 한반도 인근 해역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동해 연안의 표층 수온은 평균 1.1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열대 및 열대성 어종의 출현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 만타가오리 등장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앞바다에서는 길이 1.8m의 '바다의 양탄자'로 불리는 만타가오리가 조업 중 그물에 혼획됐다. 해당 만타가오리는 길이 198.8㎝, 무게 약 100㎏으로 추정됐다.

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만타가오리가 제주 연안까지 북상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7월 7일 서귀포시 모슬포 연안에서 열대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만타가오리(Giant manta ray)’가 혼획됐다. (사진=제주대)

7월 7일 서귀포시 모슬포 연안에서 열대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만타가오리(Giant manta ray)’가 혼획됐다. (사진=제주대)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지난해 서귀포 문섬 부근에서도 만타가오리가 출몰한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 근처에 사는 종은 아니다. 제주 바다가 아열대화 되면서 가끔 출몰하던 이런 어류들이 요즘에는 종종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쯤 제주 바다 수온은 30도를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7~8도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동해에 참치 떼 등장


8일에는 영덕군 강구면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61.6t(톤)이 잡혔다. 100㎏안팎의 대형 참다랑어다. 6일에도 대형 참다랑어 62마리가 어획됐다. 그동안 종종 잡히던 참다랑어가 1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형 참다랑어가 대규모로 어획된 것이다.

7월 8일 영덕군 강구면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61.6t이 잡혔다. (사진 = 강구수협)

7월 8일 영덕군 강구면 앞바다에서 참다랑어 61.6t이 잡혔다. (사진 = 강구수협)


그러나 이날 잡힌 참다랑어는 전량 폐기 방침이 내려졌다.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가 국가별 총허용어획량(쿼터)을 정한 어종으로 이미 올해 허용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올해 경북 전체에 배정된 참다랑어 조업 한도는 110t다. 그중 영덕군에 배정된 한도는 35.780t이다.

경북 지역 참치 어획량은 2020년 3.3t에서 2024년 163.9t으로 4년 만에 약 50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어획 쿼터 초과, 작업 여건 부족 등으로 인해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위축되는 어촌 경제

해수온도 상승은 어촌 마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종의 변화와 맞물려 목표 어종의 감소, 어업 방식의 변화 등은 어촌 경제 위축을 초래한다.

특히 수온 상승은 양식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조피볼락·전복·굴 등 주요 양식 품종은 일정 수온 범위에서만 건강하게 자라는데, 수온이 28~30℃를 넘는 고온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먹이 섭취 중단, 성장 저하 등이 일어나고 결국 대량 폐사로 이어진다.

뜨거워진 대기의 열을 바다가 흡수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다량 녹아들어 pH가 낮아지는 산성화 현상이 가속화된다. 이는 껍데기를 만드는 데 탄산칼슘이 필요한 굴·전복·조개 등에게 치명적이다. 패각이 얇아지거나 변형되면 생존력과 상품성이 떨어지고, 이는 양식업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다.

어민들간 어장 분쟁

수온 상승이 어류의 회유 경로와 서식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존 어장이 사라지거나 축소된다. 이로인해 한정된 어장을 두고 어민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도루묵 등의 한류성 어종은 점차 북상하거나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참치·방어·갈치 등의 난류성 어종은 동해와 남해 연안으로 북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업 위치, 어획 방법, 시기 등으로 어촌 마을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오징어 조업 갈등이 대표적이다. 오징어의 주어기인 10~12월 동해 수온이 2~4℃ 높아지며 어군이 분산되며 어획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근해채낚기로 오징어를 잡는 어민들이 서해 어장에 형성된 오징어를 잡기 시작하면서 서해 근해자망 조업 어민들과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다.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최근 57년간(1968~2024년) 한반도 해역의 표층 수온은 평균 1.58도 상승했으며, 이는 전 지구 평균 상승폭의 두 배 이상이다.

현재와 같은 수온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면, 기존의 어업 구조, 양식 방법은 빠르게 쇠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형 어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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