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환의 ‘서화동원’(1990)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글 서예로 대통령상을 받은 첫 작가인 평보 서희환(1934~1995)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11일부터 서거 30년을 맞아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 전시를 서울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연다. 그의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총 120여 점이 한데 모인 대규모 전시다.
서희환은 1968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서 국전문서라는 독특한 서체로 쓴 한글 작품 ‘애국시’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당시 서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한글 서예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을 연구해 조선 전기 한글 판본의 원형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서체를 구축했다.
전시는 작가의 예술적 사유의 흐름과 서체 변화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특히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월인천강지곡’(1980) 대작이 전시의 백미다. 좌우 5.5m에 달하는 병풍에 약 1만 자에 달하는 한글을 특유의 서체로 써 내려간 걸작으로 평가된다.
평보 서희환의 ‘월인천강지곡’(1980) |
평보 서희환 |
서희환의 글씨는 전국 각지의 기념비와 현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묘지, 임진각에 남긴 순국 인물에 대한 비문이나 3·1 운동 기념비문, 충무공 동상문, 한일투사 기념비문, 주시경·방정환 비문 등 애국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전시에서는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희생자 추모 비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현판 등을 만날 수 있다.
대규모 회고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수집가 고창진 씨의 헌신이 컸다. 30년 넘게 200점 이상이 넘는 서희환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모아온 고 씨의 개인 컬렉션이 전시작의 상당수를 이룬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