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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5.07.09.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안철수 혁신위원회 좌초 이틀 만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면서 당 혁신 동력이 되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송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9일 비대위 회의에서 윤 위원장을 임명한 후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인 윤 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혁신 업무를 잘 이끌어주리라 믿는다"며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으로 다가가는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는 혁신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의 경제 전문성과 중도보수 이미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영남 자민련'이라 비판받는 국민의힘을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으로,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 의원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스타덤에 올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07.09. /사진=뉴시스 /사진=김명년 |
그러나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밝히면서다. 이후 22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성동구 지역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올해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됐다.
윤 위원장은 이날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와 '당원'을 내세웠다. 그는 의원총회에 참석해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혁신위에서 제안해야 하고 우리 당이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은 혁신 주체는 우리 당원이란 것이다. 당원이 혁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마련해드리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8월 전당대회가 목전에 와 있어서 고삐를 죄고 압축적으로 빠른 속도로 혁신위를 진행할 생각"이라며 "혁신위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의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진행 과정에서 두 번 정도 전당원 투표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안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당원의 의견을 묻겠다는 의미다.
윤 위원장은 앞서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배경으로 언급했던 '인적 청산안'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혁신은 특정 개인이나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계파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단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 지도부 인적쇄신론'에 대해 "특정인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을 우리 당원은 어떤 개인에게도 준 적이 없다"며 "혁신은 특정 개인이나 계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7.9/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안철수 혁신위 좌초로 혁신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것은 결단의 문제"라며 "지금 혁신의 동력을 있냐 없냐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혁신의 동력 만들고 끌어올리는 게 제 일"이라고 했다. 한 달여의 짧은 기간인 만큼 갈등을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단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장 할 수 있는 혁신이 중요하다"며 "결국 수도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민심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방점을 맞춰서 한 달 내에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도권 민심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민심을 잘 아는 이들이 지도부에 다수 포함되도록 하는 지도부 선출 규정이나 당헌당규 등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뜻도 밝혔다. 그는 "혁신안이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 전권이 부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혁신안이 별로이면 전권을 줘도 못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 안팎엔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직전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안철수 혁신위가 15분 만에 막을 내리고 윤희숙 혁신위가 들어선 상황을 '코미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 사퇴 및 전당대회 출마를 밝힌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5.7.7/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혁신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올라와 있다. 그러면 인적 청산, 인적 쇄신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총선까지 3년 남아 있기에 인적 청산 대상들이 똘똘 뭉쳐서 혁신위를 좌초시키거나 공격할 것"이라며 "그래서 저도 혁신을 못 시켰고,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도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또 "한 달 뒤면 전당대회를 치를 것인데 또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면 국민들이 코미디라고 보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송 비대위원장이) 저한테 (전권을) 안 준 것을 보면, 그다음도 받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혁신을 진짜로 하려면 인적 청산을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인적 청산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외부인을 시켜서 대규모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안철수 의원조차 못하고 나간 상태에서 윤희숙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라며 "대선 패배 이후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꾸린 것으로 보이는데 혁신 시늉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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