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주앙 페드루(왼쪽)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와의 2025 FIFA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0로 앞선 후반 쐐기골까지 터뜨렸으나 양 손을 들고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연합뉴스 |
화려한 데뷔골을 터뜨리고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이적생' 주앙 페드루는 프로 데뷔 시절을 보낸 친정팀 플루미넨시(브라질)를 상대로 멀티골을 작렬하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 진출의 주역이 됐음에도 덤덤했다.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첼시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와 대회 준결승전에서 전, 후반 페드루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첼시는 2021년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4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32개 팀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첼시는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10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레알 마드리드(스페인)전 승자와 오는 14일 우승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첼시의 결승행은 불과 이적 엿새를 맞은 페드루가 이끌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이용해 지난 3일 첼시에 입단한 그는 두 번째 경기 만에 데뷔골은 물론 쐐기골까지 꽂으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시즌 브라이턴(잉글랜드)에서 공식전 30경기 10골 7도움으로 활약한 페드루는 첼시와 2033년까지 8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페드루는 이번 결승 진출로 첼시에 2,190만 파운드(약 400억 원)를 추가로 안겨주면서, 구단이 자신의 이적료로 쓴 6,000만 파운드(약 1,120억 원)의 일부를 스스로 회수했다.
첼시의 주앙 페드루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와의 2025 FIFA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터뜨리고도 무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친정팀 플루미넨시에 대한 예의를 표했다. 이스트러더퍼드=AP 연합뉴스 |
첼시의 주앙 페드루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와의 2025 FIFA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0-1로 앞선 후반 쐐기골까지 터뜨려 동료 엔소 페르난데스가 기뻐하며 들어올렸지만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이스트러더퍼드=AP 연합뉴스 |
주앙 페드루(왼쪽)와 티아구 실바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플루미넨시의 2025 FIFA 클럽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페드루는 플루미넨시에서 프로 데뷔했고, 실바는 직전 소속팀이 첼시였다. 이스트러더퍼드=로이터 연합뉴스 |
이날 '원맨쇼'를 펼친 페드루는 멀티골보다 경기 매너로 주목받았다. 그는 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페드루 네투에게 받은 패스를 페널티박스 앞에서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첼시 이적 후 파우메이라스와 클럽 월드컵 8강전에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고, 두 번째 경기 만에 선발 출전해 첫 골을 넣었다. 멋진 원더골로 데뷔골을 작렬하고 관중석 쪽으로 달려간 그는 웃기는커녕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오히려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그는 1-0으로 앞선 후반 11분 박스 안까지 파고들어 오른발로 크로스바를 맞힌 뒤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에도 그는 미소를 지운 채 양손을 들고 멋쩍어했다. 이는 자신이 프로 데뷔한 친정팀 플루미넨시에 예의를 표한 것. 축구계에선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을 때 세리머니를 최소화하는 게 기본 매너다. 페드루는 후반 15분 니콜라 잭슨과 교체되며 기립박수를 받고 나왔다. 브라질 출신 2001년생 페드루는 플루미넨시 유스팀을 거쳐 2019년 이곳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그 이듬해 왓퍼드(잉글랜드)로 진출해 EPL 무대에 입성했다.
반면 플루미넨시는 2023년 대회 준우승 이후 우승을 노렸으나 좌절됐다. 특히 직전 첼시(2020~24년) 소속이었던 수비수 티아구 실바는 눈물을 삼켰다. 친정팀 플루미넨시로 돌아온 실바는 자신의 길을 가는 어린 후배 페드루의 선제골 빌미를 제공했고, 페드루의 추가골도 막지 못했다. 실바는 첼시에서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과 2021년 첼시의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일군 주역이었으나, 이번엔 친정팀의 결승행을 지켜봐야 했다.
페드루는 경기 후 "철시에서 첫 골을 넣어 기쁘고 꿈만 같다. 우승한다면 내 커리어의 첫 타이틀이 될 것"이라면서도 "플루미넨시에 이 대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프로 선수이고 첼시 소속이다. 골을 넣는 건 나의 일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