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오징어게임3’를 원어로 듣고 싶어? [크리틱]

한겨레
원문보기

‘오징어게임3’를 원어로 듣고 싶어? [크리틱]

속보
'공천헌금' 의혹 강선우 "민주당 탈당…수사 적극 협조"
“한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지난해 말 듀오링고가 ‘오징어게임2’ 공개에 맞춰 진행한 광고. 유튜브 갈무리

“한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지난해 말 듀오링고가 ‘오징어게임2’ 공개에 맞춰 진행한 광고. 유튜브 갈무리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듀오링고는 가장 대중적인 외국어 학습 서비스의 하나이다. 세계 주요 언어 강좌를 약 30개 언어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어나 프랑스어를 배우는 강좌가 한국어, 폴란드어, 힌디어 등 30개 언어별로 있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언어마다 제공하는 학습 언어도, 그 개수도 제각각이었다. 올해 초 듀오링고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다. 전략적으로 딱 9개 핵심 학습 언어를 선정해서 이를 모든(30개) 언어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9개는 다음과 같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유럽어 6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동아시아어 3개). 일거에 한국어 강좌가 아랍어부터 우크라이나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언어별로 신설되었다.



듀오링고가 사용 인구수 기준으로 언어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인구순으로 배열하면 한국어는 세계는커녕 동아시아에서도 상위권에 들기 어렵다. 국제 정치적 영향력도 기준이 아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언어는 여기 들어가지 못했다.



빙빙 돌아서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듀오링고는 돈이 되니까 한국어를 선택한 것이다. 왜 그런지는 넷플릭스 인기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주 전세계 모든 곳에서 1위는 ‘오징어게임3’이다. 유튜브로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무덤덤해졌지만 케이팝 아이돌이 신곡을 발표하면 조회 수가 한시간에 1백만개씩 올라간다. 관 주도로 아무리 애써도 먹혀들지 않던 한식이 문화가 인기를 얻고 나니까 알아서 유행한다. 이제는 언어까지 차례가 돌아온 것이다.



즉 한국어의 부상은 전적으로 문화의 매력 덕분이다. 듀오링고는 내일 그 나라로 공부나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생존 어구를 익히는 데 적합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호기심이 진지한 취미가 되도록 격려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그런 취미성의 세계에서 한국어는 현실적인 필요보다 높이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취미적 동기는 현실적 필요에 기초하지 않으므로 허상이라는 식의 말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 아이러니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게 필요를 쉽게 무찌르는 것이 현실의 참모습이다. 내가 처음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20년 전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게으름 때문에 결국 성과는 없었지만 지금도 중국어를 보면 그 영화를 떠올린다. 아마 위인들의 예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릴케는 키르케고르를 읽기 위해 덴마크어를, 조이스는 입센 연극을 원어로 접하려고 노르웨이어를 배웠다. 번역이 없었던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흡족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흡족하지 않은 뭔가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게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 뭔가의 이름은 욕망이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한국어 학습자들은 대개 비슷하다. 어떤 드라마를 보았고, 번역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원어를 알게 된다면 더 좋을 것을 알기에 이미 만족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공부한다고. 제국의 언어였던 적이 없는 한국어는 이런 식으로 욕망의 언어가 되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주요 언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기계 번역이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에 그 욕망의 의미는 뭘까. 조만간 단말기 하나로 언어 장벽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 것 같기도 하다. 그날, 외국어를 배울 현실적 필요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해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사라질 수 없다. 그때도 배우려 할 외국어로 남는 것은 욕망의 언어뿐이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