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도' 망상서 물놀이…강릉 송정 솔밭엔 '천연 에어컨' 솔솔 불어
'동풍' 영향 수도권 푄 현상…열기 빠진 동해안 "이제 살만 하네"
9일 강릉 송정해변을 찾은 시민과 나들이객들이 솔밭 그늘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7.9/뉴스1 윤왕근 기자 |
(동해·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서울은 숨도 못 쉬겠던데…여긴 바닷바람이 불어 시원하네요."
9일 오후 1시쯤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피서객 강 모 씨(38·서울)가 모래사장 위 파라솔 아래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침 계획한 휴가 일정이 최근 수도권을 덮친 '40도 맹폭염'과 겹쳐, 동해안으로 '피난'을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경기 광명(40.2도)과 파주(40.1도) 등 수도권에선 역대 7월 사상 처음 40도를 넘기는 등 수도권 주민들은 '불덩이'를 안고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날 역시 서울 낮 기온은 38도를 넘긴 상황.
이와 달리 같은 시각 동해시의 낮 기온은 28도로, 동해안 대부분이 30도를 넘기지 않았다.
내리쬐는 햇볕 탓에 '덥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불과 며칠 전 동해안 전체가 '열돔'에 갇혀 숨조차 내쉴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이날은 '천국'이었다.
9일 개장한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2025.7.9/뉴스1 윤왕근 기자 |
수도권이 '불덩이'로 변한 대신 동해안이 '폭염 피난처'가 된 것은 현재 한반도에 불고 있는 '동풍'이 핵심이다.
바다에서부터 부는 동풍으로 그동안 동해안이 머금고 있던 열기가 태백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오히려 강원 영서 지역과 수도권에 '푄 현상'(foehn effect)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강릉 송정해변 솔밭 역시 '피난민'으로 가득했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교동 택지 등 강릉 도심은 점심시간에도 평소보다 한산했지만, 송정해변 솔밭은 주말이나 성수기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송정해변에 우거진 소나무 숲은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양산 역할을 했다. 소나무에 달린 수많은 솔잎은 바로 앞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을 솔밭 곳곳으로 배달하는 선풍기 날개로 변했다.
솔밭을 찾은 최 모 씨(70대·강릉)는 "송정 솔밭은 무더위를 피하기 제격이지만, 며칠 전만 해도 이곳 역시 푹푹 쪄 앉아있을 수 없었다"며 "어제, 오늘은 숨도 못 쉴 정도는 아니고, 어젯밤엔 오히려 선선하더라"고 말했다.
해발 832m의 대관령, '구름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하는 강릉 안반데기 등엔 이미 캠핑카와 승합차가 점령을 한 상태다. 강릉행 KTX티켓도 슬슬 빨간색 '매진' 표시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동해안 피난 행렬은 시작되고 있다.
9일 강릉 송정해변을 찾은 시민과 나들이객들이 솔밭 그늘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7.9/뉴스1 윤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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