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g Picture ◆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수요 억제책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는 시장을 다독이며 같이 가기보다는 고삐를 틀어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됐다. 이 발언이 시장에 던져준 메시지가 뭘까. 주택 가격이 잡히겠다는 믿음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가격 급등에 대한 확신일까. 머지않아 우리 모두 시장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경험을 다시 한번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충격적인 강도의 대출규제와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수요 억제책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는 시장을 다독이며 같이 가기보다는 고삐를 틀어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됐다. 이 발언이 시장에 던져준 메시지가 뭘까. 주택 가격이 잡히겠다는 믿음일까, 아니면 반복되는 가격 급등에 대한 확신일까. 머지않아 우리 모두 시장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경험을 다시 한번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충격적인 강도의 대출규제와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6·27 대책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금액 상한을 대출 상환 능력에 상관없이 6억원으로 한정한 것은 처음 이뤄진 시도다. 또한 다주택자는 대출이 불가능하고, 일시적인 2주택자도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하고, 주택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전입하지 않으면 담보대출이 회수된다.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대출인 디딤돌 및 버팀목 대출 상한이 축소되고, 분양 아파트 입주 시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었던 소유권 이전부 전세대출도 금지됐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규제라 아직도 시장에서는 그 영향에 대한 전망에 혼란스럽다. 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매매든 전월세 거래든 서로 연결돼 있다. 내가 주택을 구매해 입주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고, 그 집에 이사 들어오는 가구는 기존 거주 주택의 전세금을 빼야 한다. 그 길목 길목을 통제하려는 이번 대출규제는 주택시장의 중요한 작동 기제인 주거 이동 및 거래의 연쇄고리를 차단해 많은 부작용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 조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규제지역의 확대가 풍선효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대출규제를 선택한 듯하나, 노무현 및 문재인 정부 후반 풍선효과의 대미는 대출규제 때문에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 후반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 급등이 지속되자 6억원 이상 아파트 매입 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했다. 결과는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 등 서울시 동북권의 가격 급등이었다. 문재인 정부 후반 2019년에도 '12·16 부동산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결과는 저가 아파트 시장이었던 노도강의 급등세였다.
주간 아파트 지수에 휘둘리는 부동산 정책
7월 1일로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극단의 규제책이 필요했을까. 그런 최강의 규제책이 필요했다는 근거로 최근 서울시 아파트 시장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언론의 표현은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근거가 된 통계는 문재인 정부 기간 심각한 저평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다. 공개된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서울시 전체 아파트의 주간 변동률 지수를 산정하면, 가장 높다고 언급된 0.43%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간이 그 사이에도 여러 번 관측된다. 최근 시장 상황이 최소한 평균적인 관점에서 계속 반복돼온 상승세의 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원 주간 시세 변동률은 제시된 그래프에서 드러나듯 주간 실거래가 지수에 몇 주씩 후행한다. 그러나 실제 발생한 실거래가의 움직임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거래 보고가 완결되는 4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언론이나 정부는 이런 후행하는 시세지수에 매달리게 된다.
이번 대출규제 강화도 DSR 3단계 시행 이전 회피 구매 수요가 집중돼 어느 정도의 상승세가 발생할 수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주간 시세지수의 급등세에 놀라 급작스럽게 대출규제책을 도입했다. 아직 확신을 하기에는 실거래가 보고가 더 쌓여야 하지만 두어 주 뒤 실거래가지수를 산정해보면 해당 시기는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주간 시세지수가 시장 상황에 대한 발 빠른 판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정책적 선택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반복해서 발생시키고 있다. 부동산은 심리라 초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되지만 그런 발 빠른 대응으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결과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 성급한 오판보다는 차분한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배운 교훈
이번 이재명 정부도 이전 진보 정권과 유사하게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등의 문제를 직면하며 시작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 정부가 접한 시장 상황은 같은 듯 다르다. 지난 정부별로 출범 전후 6개월씩 총 1년간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비교해보면, 노무현 정부 시기는 전국적인 상승세였다. 전국, 경기도, 서울시, 강남구 모두 10% 내외의 상승세가 나타냈다. 또 다른 비교 대상인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엔 전국도 경기도도 안정세인데 서울시만 독주했다. 서울만의 독주라는 현상이 지닌 의미는 지금 돌이켜보면 인구 축소기를 앞둔 시점에 안전자산 선호와 서울 아파트 부족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결합된 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을 키워 문제를 심화시켰다. 어쨌든 두 정부의 최종적인 성적표는 지역별 강도에 차이가 있지만 모두 가격 급등으로 마감했다.
요즘 벌어지는 현상은 초양극화로 자치구 단위로 판단하기 힘든 한강벨트처럼 국지적으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인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 자치구가 아닌 행정동 단위의 분기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산정해 살펴보면 기간별로 흥미로운 현상이 읽힌다. 우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저점이었던 2013년 1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의 행정동별 누적 변동률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는 25%대의 상승률이 발생했지만, 이미 현 주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인 서초구, 강남구, 성동구 내 한강 인접 동의 높은 상승세가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반엔 규제지역의 확대 등으로 억제된 강남 중심지역보다는 주변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해당 기간 서울 아파트 시장의 평균적인 상승세는 약 49%에 달했다. 이어지는 초저금리로 인한 급등기(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및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적인 중과 등 다양한 수요 억제책들이 도입된 이후 풍선효과로 노도강 내 몇몇 행정동에서는 80%를 넘어서는 급등세가 발생했다(지도 1). 이 기간 강남지역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압구정동이나 성수동의 상승세는 이어져갔다.
문제는 이후 고금리로 인한 하락기 풍선효과로 청년층의 영끌 성지가 된 노도강의 급락이다. 2025년 2분기를 기준으로 이전 고점(2021년 4분기) 대비 -30%에 가까운 급락 추이를 회복하지 못한 곳도 있다(지도 2). 최근 문재인 정부 당시 상대적으로 상승이 억제되고, 급락기 하락폭이 작았던 강남구를 포함한 한강변 자치구들의 회복세에 더해 압구정동 등 한강에 인접하고 재건축 기대가 강해지는 행정동들은 회복세를 넘어 급등세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국지적으로 양극화된 가격 변동 추이는 그동안 발생한 시민들의 한강 조망에 대한 선호체계 변화와 인구축소기를 대비한 안정적인 자산에 대한 수요, 다주택자 규제로 내몰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이 결합된 결과다.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장기적인 상승률을 살펴보면 강남쪽 한강벨트 행정동과 함께 300%를 넘어서는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이는 성수동은 단순히 맛집들의 천국을 넘어 서울시에서 가장 빠른 고용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지도 3). 지속적으로 남동진한 서울대도시권의 외곽 개발, 그에 따라 초래된 2시간을 넘어서는 통근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강남의 주거 입지로서의 가치는 계속 강화됐다. 이유 없는 시장 현상은 없다. 그 근원을 넘어서는 과민 반응이 초래될지언정 시장의 가격 변동은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헤아려야 합리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간 불협화음
누가 뭐래도 지금 벌어지는 국지적인 가격 급등 현상은 공급 부족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과도한 수요 규제는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는 시장동력을 약화시킨다. 노무현 및 문재인 정부 기간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주택 공급이 감소한 이유다. 서울시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 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하면 10여 년이 지나야 준공이 이뤄질 수 있다. 현시점에서 단기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법은 이전 단계인 착공, 관리처분, 인허가 물량의 진행 속도를 가속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대출규제로 그런 단계별 물량들의 진행속도가 느려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주비 대출 및 분양 아파트 잔금 지급을 위해 계획됐던 전세 임대를 어렵게 하는 이번 대출규제는 이전 단계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이번 대책 및 후속대책으로 시장 침체가 발생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공사비 급등으로 어려워진 사업 진행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대선 시 제시한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 한 이번 정부도 이전 노무현 및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는 조화롭지 못한 조합이다. 가격 상승이라는 시장 압력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공급 확대가 순조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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