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국가등록문화유산 옛 삼호교에 무지개색 페인트칠, 돌연 중단 왜?

한겨레
원문보기

국가등록문화유산 옛 삼호교에 무지개색 페인트칠, 돌연 중단 왜?

서울맑음 / -3.9 °
9일 찾은 울산 옛 삼호교 들머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적힌 현판이 있다. 뒤쪽으로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한 난간과 아스팔트 포장 바닥, 울산 중구 대표 캐릭터인 ‘울산 큰애기’ 그림이 보인다. 주성미 기자

9일 찾은 울산 옛 삼호교 들머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고 적힌 현판이 있다. 뒤쪽으로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한 난간과 아스팔트 포장 바닥, 울산 중구 대표 캐릭터인 ‘울산 큰애기’ 그림이 보인다. 주성미 기자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울산 옛 삼호교가 무지개색 페인트로 덧칠됐다. 보수 공사를 하던 지자체가 ‘밝은 디자인’을 입힌다며 벌인 일이다.



9일 울산 중구 다운동 태화강국가정원 들머리.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옛 삼호교 입구 한쪽에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 걸렸다. 그 뒤로 남구 삼호동까지 이어진 다리 난간은 7가지 무지개색 페인트로 덮였다. 오염을 막으려 붙인 테이프와 비닐은 군데군데 뜯긴 채 바람에 휘날렸다. 시커먼 아스팔트로 포장한 바닥은 일부 팔각형 무늬를 넣다가 중간에 끊겼다. 울산 중구의 대표 캐릭터인 ‘울산 큰애기’ 그림 자리는 흰색 배경만 있었다.



9일 찾은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옛 삼호교 입구에 공사 중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주성미 기자

9일 찾은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옛 삼호교 입구에 공사 중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주성미 기자




9일 찾은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들머리의 옛 삼호교. 난간은 무지개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아스팔트 위에 팔각형으로 덮은 바닥재가 중간에 끊겨 있다. 주성미 기자

9일 찾은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들머리의 옛 삼호교. 난간은 무지개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아스팔트 위에 팔각형으로 덮은 바닥재가 중간에 끊겨 있다. 주성미 기자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옛 삼호교의 난간과 바닥은 살구색과 흰색이었다.



길이 230m, 폭 5m의 옛 삼호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지어진 울산지역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다리다. 한때는 차량이 지나다녔지만, 지금은 보행자만 오갈 수 있다. 이 다리는 2004년 9월4일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옛 삼호교는 균열과 파손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중구청은 2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필요에 따라 보수공사를 한다. 2년 전에도 일부 균열이 확인돼 보수공사를 했다.



2023년 국가유산청의 정기점검 당시 울산 옛 삼호교의 바닥재는 살구색이다. 국가유산청 누리집

2023년 국가유산청의 정기점검 당시 울산 옛 삼호교의 바닥재는 살구색이다. 국가유산청 누리집




2023년 9월 울산 옛 삼호교의 난간은 흰색과 살구색이다. 울산시 제공

2023년 9월 울산 옛 삼호교의 난간은 흰색과 살구색이다. 울산시 제공


중구청은 올해 안전진단을 거쳐 지난 5월8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억3531만원을 들여 보수·보강공사를 하기로 했다. 벗겨진 난간의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작업이 계획돼 있었는데,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초 돌연 무지개색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밝은 색채를 더하면 ‘보기에 좋다’는 이유였다.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4분의 1 이상에 대해 외관 디자인, 색채, 재질이나 재료 등을 변경할 때 현상변경 신고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 하지만 중구청은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문제가 제기되자 중구청은 우선 공사를 중단했다. 국가유산청도 지난 2일 현장을 확인했다. 국가유산청 쪽은 “전문심의 기구인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를 열어 공사 내용의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부적절한 내용으로 판단되거나 보완 요청 사항 등이 있다면 그에 맞는 조처를 정해 중구청에 통지하겠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중구청 쪽은 “문화유산과 관련된 행정절차를 미처 지키지 못했다. 국가유산청의 처분에 따라 이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