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팬들로서는 분통이 터진 이 경기에서 그나마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팬들에게 위안이 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6회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를 대신해 경기에 들어간 박민(24·KIA)이었다. 최근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던 박민은 이날도 인상적인 수비를 과시하면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격수 자리에 자리를 잡은 박민은 6회 2사 후 이재원 타석 때 그림 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3·유간으로 빠지는 타구였다. 설사 잡는다고 해도 3루수가 앞에서 자르지 못하는 이상 유격수에게는 기회가 없어 보였다. 역동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민은 공을 잡은 뒤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며 역동작 송구로 이재원을 1루에서 잡아냈다.
그것도 노바운드로 정확하게 1루까지 던졌다. 엄청난 어깨와 송구였다. 올해 KIA의 수비 하이라이트 필름에 꼭 들어갈 만한 좋은 수비를 했다. 7회에는 3루수로 자리를 옮겨 이진영의 땅볼을 다시 러닝 스로우로 잘 처리하며 또 박수를 받았다. 승패와 큰 상관은 없었지만 8회에는 중전 안타까지 때리는 등 이날 경기 막판에 가장 도드라지는 활약을 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0년 KIA의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내야수가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고교 시절 출중했던 기량과 높은 잠재력을 상징한다. 실제 KIA에서는 박민이 향후 팀의 주전 내야수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다만 생각보다 성장이 더뎠고, 주전 구도에서 밀리며 1군에서는 중용되지 못한 채 군에 갔다. 1군에만 올라오면 이상하게 몸이 굳는 경향이 있었다. 공격에서 특별하지 않은 만큼 수비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제대 후 첫 시즌인 지난해에도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이라는 확실한 주전 내야수들이 있었고, 백업으로도 김규성 홍종표가 버티고 있었다. 경쟁자들보다 비교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1군 구상에서도 다소간 뒤에 있었다. 빼어난 공격력을 갖춘 윤도현까지 등장하면서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1군 코칭스태프도 박민의 수비가 좋다는 것은 다 인정하고 있었지만, 1군의 벽을 깨기에는 자꾸 뭔가가 부족했다.
KIA는 주전 2루수인 김선빈이 종아리 부상을 털어내고 8일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출전하며 시동을 걸었다. 이르면 후반기 개막 4연전에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다. 김선빈이 돌아오면 누군가 2군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치열한 자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수비력이 이어진다는 전제라면 박민도 확실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좋은 수비와 쓰임새로 1군에 자리를 잡고, 그 다음 공격이 터지며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게 하나의 스타 탄생 루트인데 박민이 그 시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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