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당국이 지난 7일 오전 인천 굴포하수종말처리장에서 맨홀 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천환경공단이 최근 발생한 ‘인천 맨홀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용역업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용역업체는 물론 공단 쪽에 대해서도 관련 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인천환경공단은 8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용역업체인 ‘한국케이지티콘설턴트’(이하 케이지티)의 계약 위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앞서 공단은 지난 4월14일부터 오는 12월9일까지를 기한으로 한 ‘하수 차집관로의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이 회사에 발주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여러 단계의 하도급을 거쳤으며 ‘재재하도급’ 업체의 노동자가 지난 6일 맨홀에 빠져 숨졌고, ‘재하도급’ 업체 대표는 가스 중독으로 의식불명 상태다.
공단 쪽은 케이지티가 하도급을 금지한 계약 조건을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하 시설물 탐사 때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점도 앞세웠다. 나아가 밀폐공간 작업 때 지켜야 할 관련 법령도 준수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된 사실도 공개했다. 사고 책임이 케이지티에 전적으로 있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계약 때부터 사고 발생 때 책임이 용역업체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단과 케이지티 간의 계약 과업지시서에는 “계약 상대자(용역업체)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의무 사항을 빠짐없이 이행하고,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처벌 및 발주처(공단)의 불이익 조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물적·인적 피해도 계약 상대자(케이지티)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문제는 공단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라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는 ‘도급인’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산안법은 계약의 명칭과 관계없이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공단이 ‘발주처’라는 점을 내세워 사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넘기고 있으나 공단도 법적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산안법은 질식 위험이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인에게 하청업체에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하청업체가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되는 밀폐공간 산소농도 측정과 마스크 지급 여부를 공단이 직접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도 공단을 도급인으로 간주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작 공단은 사고 발생 당시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선 ‘몰랐다’는 태도다. 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에 “4월14일부터 이달 1일까지는 서류 작업이 이뤄졌고, 이후 현장 공정이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일요일에 사고가 난 것”이라며 “2일부터 사고 전까지 맨홀 작업 같은 위험 업무와 관련해 신고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단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는 노동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15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관계자들을 신속히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다단계 하도급 문제 등 사고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이승욱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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