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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수용소’ 만드나... “반인륜 범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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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수용소’ 만드나... “반인륜 범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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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최근 백악관에서 논의" 보도
미-이 지원받는 GHF가 앞장설 듯
이스라엘 국방부 "이미 건설 지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백악관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7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민중의 판단: 집단학살 유죄'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걷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 정부의 군사적, 정치적 개입을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백악관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7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민중의 판단: 집단학살 유죄'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걷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미국 정부의 군사적, 정치적 개입을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자지구 내 특별 거주 구역을 만들어 주민들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부는 실제 이행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도주의를 표방하더라도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제수용소와 다름 없어 반인도적 범죄라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인도적 이동 지역'이라는 대규모 캠프를 건설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제안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재단(GHF)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로이터는 "2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제출됐고, 최근 백악관에서 실제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식량 배급 GHF가 캠프 건설 맡을 것"


이 계획은 가자지구 내 주택단지를 건설해 주민들을 대규모로 이주시키고자 한다. 목표는 "현지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2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인수'해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다른 곳으로 재정착시킨 뒤 이 지역을 '중동의 리비에라(고급 휴양지)'로 재건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가자지구가 비무장화되고 재건되는 동안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인도주의 통과 지역'을 건설하고 이를 보호·감독하는 역할을 GHF가 맡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GHF는 5월 말부터 현재까지 미국 국무부 자금을 지원받고 이스라엘군과 협력해 가자지구 내 특정 지역에서 식량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로이터는 "식량 배급 다음 단계는 인도주의 통과 지역조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누세라트 난민캠프 인근 배급소에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누세라트 난민캠프 인근 배급소에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시작 후 90일 이내 캠프 운영이 시작되며, 내부에 학교와 세탁실 등이 마련돼 2,160명이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 이를 모델로 추후 각각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할 수 있는 총 8개의 캠프가 구상되고 있다.

GHF와 미국 정부 모두 해당 내용을 부정했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GHF는 "이런 문서를 작성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만 로이터는 "해당 문서는 표지에 GHF 이름이 써있고, 이들과 협력하는 회사인 SRS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강제수용소' '강제 이주'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


이스라엘에서는 아예 해당 내용이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6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군에 가자지구 라파 지역 내 '인도주의 도시'라 불리는 캠프 건설을 명령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입장 전 보안검사를 거쳐야 하며,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 내용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카츠 장관은 이어 "팔레스타인인들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국가들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를 넘어 타국으로 강제 이주시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강제수용소'와 '강제 이주'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해당 보고서는 이주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스라엘 측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인권 변호사 마이클 스파드는 영국 가디언에 "카츠 장관의 계획은 반인륜 범죄"라며 "인구를 가자지구 남단으로 이동시켜 아예 추방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러미 코닝다이크 난민국제옹호단체 회장은 "거의 2년간 끊임없는 폭격을 받고 필수 지원이 차단된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 이주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