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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칼럼] 소버린 AI의 이상과 현실: 소버린 AI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SDG뉴스 SDG뉴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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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칼럼] 소버린 AI의 이상과 현실: 소버린 AI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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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 (사)지속가능과학회 회장)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 (사)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소버린 AI: 기술 주권을 지키는 인공지능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소버린(Sovereign)은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 '주권형'이라는 의미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자체적으로 AI 기술과 데이터를 통제하며, 외국 기업이나 외부 세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인공지능 체계다. '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각국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AI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분명 필수적이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 산업기밀 방어, 국가 안보 확보를 위해 AI 자립 기반을 갖추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는 하다.

국민 개인정보 보호, 산업기밀 방어, 국가 안보 강화 차원에서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U,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디지털 주권'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한국 역시 AI 반도체, 클라우드,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소버린 AI 기반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소버린 AI는 '독립'을 추구하는 만큼 비용이 높고 기술 개발 속도가 느릴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과의 호환성 부"이라는 한계도 있다.

어설프게 '자립'하려다 '고립'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소버린 AI 신화'다. 소버린 AI와 자립만을 고집하다 보면 막대한 비용 부담과 글로벌 고립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AI산업은 본질적으로 글로벌산업이다. 모든 기술을 자국 내에서만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국 기술 고립과 시장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AI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챗GPT(ChatGPT, OpenAI), 제미나이(Gemini, Google), 클로드(Claude, Anthropic), 메타 AI(Meta 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초거대 AI 모델을 기반으로 이미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방대한 언어 지원, 빠른 업데이트, 뛰어난 성능으로 글로벌시장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AI는 적이 아니다, 활용해야 할 자산이다

글로벌 AI를 무"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글로벌 AI는 강력한 활용 도구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AI의 API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술 개발 속도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즉, 글로벌 AI는 경쟁 대상이자 협력 파트너다. 적절히 활용하면 효율성과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정답은 '균형'이다: '하이브리드 AI 전략'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하이브리드 AI 전략'이다. 즉, 소버린 AI를 통해 핵심 데이터와 인프라는 자국 내 보호하면서, 글로벌 AI를 통해 글로벌 생태계와 기술혁신을 함께 누리는 전략이다. ▲핵심 기술과 데이터는 국내 보안망으로 보호 ▲글로벌 AI는 효율성·확장성 기반의 활용 수단으로 적절히 연계 ▲협력형 AI 개발로 해외 시장과 동반 성장. 특히 한국처럼 반도체, 클라우드, AI 기술 모두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는 이 하이브리드 전략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면 AI 세계 3대 강국을 넘어서 AI 세계 최강국이 될 수도 있다.


AI 시대, 균형을 잡는 나라가 이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국가 안보, 경제 안보, 산업 패권, 데이터 주권이 모두 얽힌 종합 전략 산업이다. 소버린 AI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소버린 AI와 글로벌 AI의 균형감각이다. 자립과 개방의 균형을 잡고, 방어와 공세를 동시에 준비하는 국가가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략을 세울 골든타임이다. AI를 40년 이상 연구한 학자로서 정부에 고언(苦言)을 하고자 한다.

미국은 글로벌 AI 전략을, 유럽과 중국은 소버린 AI 전략을 취하고 있다. AI 세계 2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국익을 위해 나름대로의 AI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AI 세계 3대 강국(G3)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미국형 개방적 AI인 '글로벌 AI'나 중국형 폐쇄적 AI인 '소버린 AI' 전략보다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AI'를 잘 활용하면서 동시에 '소버린 AI'도 개발하는 '하이브리드 AI'라는 양공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SDG뉴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학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사)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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