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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달러 가치 하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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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달러 가치 하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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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연초에 110 안팎에서 움직였던 달러 인덱스가 최근에서는 97 이하로 떨어졌다. 레이 달리오 '빅 사이클' 이론을 적용하면 달러 인덱스는 중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

달리오는 제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7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에서는 한 국가가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설정한다. 2단계 가서는 평화와 번영 속에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다. 3단계에서는 부채가 대폭 증가하고 경제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그 나라의 부(富)가 큰 폭으로 는다. 4단계에 접어들면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하고 경제성장률도 크게 떨어진다. 이에 대응해 정책 당국은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 신용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5단계에 접어든다. 6단계에 가서는 경기 부양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경제 주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혁명이나 내전이 일어난다. 7단계에 가서는 부채 재조정이나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으로 신질서를 모색한다.

현재 미국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미국은 민주주의에 기반한 인권과 법치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정립했다(1단계). 1990년대에는 미국 경제가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호황을 누렸다(2단계). 이를 일부 경제학자들이 '신경제'라 극찬하는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등 미국의 부가 대폭 증가했다(3단계).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다(4단계). 미국의 민간과 정부를 포함한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9년 234.2%에서 2000년 289.5%로 증가했다. 2020년 2·4분기에는 일시적으로 그 비중이 400%를 넘었다. 특히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가 1989년 49.7%에서 2020년에는 125.7%로 급증했다.

2000년 정보통신 혁명의 거품이 붕괴했고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대규모로 돈을 풀어 대응했다(5단계). 돈을 많이 푼 결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부의 불균형이 확대됐다. 무엇보다도 국민 사이에 가치의 격차가 커졌다(6단계). 달리오가 말하는 혁명이나 내전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우면서 대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여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2000년 71.1%에서 2024년에는 57.8%로 낮아졌다. 일부 중앙은행은 금을 매수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이 2000년 395t에서 올해 6월에는 2296t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2.8%에서 6.7%로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원유 결제에 달러 대신 위안화나 자국 통화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아직은 국제 무역이나 금융 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없다. 그러나 달러의 '절대적 지위'가 '상대적 우위'로 전환하는 가운데 달러 인덱스는 더 하락할 확률이 높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은 1.2%(2025년 6월 기준)로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금 보유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미국 주가 지수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가 지수가 더 올랐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 상품을 수입해 가면서 달러 대신 위안을 줄 날도 먼 미래는 아닐 수 있다. 기업들도 이런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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