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년의 지혜가 담긴 고서(古書)와 생명의 상징인 푸른 새싹이 어우러져, 인류 공동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동양적 통찰을 제시한다.(사진=AI 생성, SDG 뉴스) |
1400여 년 전, 남북"의 혼란을 지나 수나라 통일을 눈앞에 둔 시기, 학자 주흥사(周興嗣)는 천 개의 한자로 구성된 한 권의 고전 '천자문(千字文)' 을 완성했습니다. 이 짧고도 압축적인 문장은 단순한 글자 학습 교본을 넘어, 우주와 인간, 역사와 자연, 윤리와 덕목을 아우르는 동양 고유의 사유체계를 담아낸 지혜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전쟁과 빈곤이라는 다중 위기 속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국제사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통해 공동의 윤리와 행동의 원칙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나 경제 지표만으로는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보다 깊이 있는 가치의 성찰과 문명의 근본을 다시 묻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천자문'은 그 물음에 응답할 수 있는 고전적 자원입니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천지와 인간, 자연과 사회의 "화를 하나의 통일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양 사유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는 '사람과 지구와 번영'을 포괄하는 SDGs의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20회로 나누어 연재될 '천자문의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는 매 회 '천자문'의 구절을 바탕으로 SDGs의 17개 목표와 접점을 찾아 나가는 여정입니다. 고전의 언어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고, 시대를 넘어선 통찰과 윤리를 미래 세대를 위한 삶의 원리로 되살려내고자 합니다.
'천(天)·지(地)·인(人)'의 "화를 꿈꾸었던 옛 성현들의 사유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지구적 위기의 해결을 위한 가장 오래된 새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고서 속 한 구절이 오늘의 세계를 다시 빛낼 수 있도록, 이 연재는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질문하고 제안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가치의 전환에 관한 것입니다. '천자문'은 그 전환의 문을 여는, 오래된 미래의 열쇠입니다. (편집자 주)
![]() |
20회로 나눠 연재될 '천자문의 지혜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는 매 회 '천자문'의 구절을 바탕으로 SDGs의 17개 목표와 접점을 찾아 나가는 여정입니다.(사진=AI 생성, SDG 뉴스) |
제1회: 천(天)·지(地)·인(人)의 "화(調和), 지속가능성(持續可能性)을 만나다
◆ 천 년의 고전, 인류 공동의 미래를 비추다
지금으로부터 1495년 전, 남" 양나라 주흥사가 하룻밤 새 흰머리를 얻어가며 엮어낸 '천자문'은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 오늘에 이르렀다. 이 고요한 고전은 단순한 글자 학습을 넘어,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으로 우주의 광대함을, '일월영측(日月盈), 진숙열장(辰宿列張)'으로 천체의 오묘한 운행을 읊"리며 우리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깨운다.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수동장(秋收冬藏)'으로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이치를 찾고, '애육려수(愛育黎首), 신복융강(臣伏戎羌)'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덕으로 다스리는 인륜의 도리를 펼쳐낸다. '주해천자문'의 해설처럼, 각 구절은 인류의 보편적 지혜와 가치관을 함축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 자원 고갈, 빈곤,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전 지구적 난제에 직면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엔(UN)은 2015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의제'를 채택하고, 핵심적으로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다. SDGs는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다섯 가지 축(5P)을 기반으로,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Leave No One Behind)'라는 원칙 아래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길을 밝힌다.
그러나 2030년 목표 달성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해지자, 유엔은 '미래를 위한 협약(Pact for the Future, PFF)'을 통해 2030 Agenda와 SDGs 이행 가속화를 강력히 표명했다. 협약은 새로운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전 세계가 손잡고 복합 위기에 대응해야 함을 강"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선언을 넘어, 인류 문명의 지속을 위한 근본적인 성찰과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렇다면,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천자문'의 지혜는 어떻게 이 현대적 과제에 응답할까? 해답은 동양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천(天)·지(地)·인(人)'의 "화로운 세계관에 있다.
'천(天)'은 우주의 질서이자 자연의 섭리를 상징한다. '천자문의 '일월영측, 진숙열장'은 천체의 운행을, '윤여성세(閏餘成歲), 율려"양(律呂調陽)'은 시간과 음양의 "화를 노래한다. '천자문'이 풀이하듯, 이는 자연의 대순환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겸허히 인식하는 '생태적응성(Ecological Adaptability)'의 지혜로 이어진다. 현대의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는 천의 질서를 거스른 결과이며, 우리는 '지구(Planet)'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연 섭리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자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의미한다.
'지(地)'는 생명의 터전이자 자원의 근원을 의미한다. '한래서왕, 추수동장'은 자연 순환 속 농경의 지혜를, '금생려수(金生麗水), 옥출곤강(玉出崑岡)'은 땅이 품은 귀한 자원을 노래한다. 천자문'은 사계절의 변화, 만물의 생장소멸, 그리고 인간의 생산 활동을 설명하며,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현명한 비축의 중요성을 강"한다. 이는 '번영(Prosperity)'을 위한 '윤리적 실용번영(Ethical Practical Prosperity)'과 맞닿아 있다. 자원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검소하며 효율적인 소비와 생산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넘어선 진정한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人)'은 인간의 도리이자 공동체의 가치를 상징한다. '용사화제(龍師火帝), "관인황(鳥官人皇)'은 덕으로 백성을 다스린 상고시대 제왕들의 통치 지혜를, '시제문자(始制文字), 내복의상(乃服衣裳)'은 문명 발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보여준다. '애육려수(愛育黎首), 신복융강(臣伏戎羌)'은 백성을 사랑하고 포용하는 인애의 정치를, '하이일체(遐邇壹體), 솔빈귀왕(率賓歸王)'은 모든 이가 차별 없이 통합되는 이상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사람(People)'을 위한 '인본포용성(Human-Centric Inclusiveness)', '평화(Peace)'를 통한 '통합적 평화거버넌스(Integrated Peace Governance)', 그리고 '파트너십(Partnership)'을 위한 '공동참여 연대(Collaborative Participatory Solidarity)'의 철학적 기반이 된다. 인간 존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협력하는 것이야말로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이처럼 '천자문'은 우주와 자연, 인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대안적 통찰(Alternative Insight)'을 제공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지속가능성 담론이 간과할 수 있는 근본적인 윤리적, 철학적 기반을 제시하며, 우리 시대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20회 게재될 본 연재는 이러한 '천자문'의 지혜를 SDGs의 각 목표에 깊이 연결해, 고전의 숨결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적 지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될 것이다. 천 년의 지혜가 오늘날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하는 실천적 의미를 함께 탐색하며,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한 지혜의 폭을 확장하는 데 일"하고자 한다.
■이창언 경주대학교 교수 약력
-경주대학교 SDGs·ESG 연구소 소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국NGO학회 연구윤리 위원장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SDG뉴스 이창언 경주대 교수
< Copyright SDG뉴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