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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공약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확대’, “GDP 최대 0.37%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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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공약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확대’, “GDP 최대 0.37%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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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정서진 아라타워에서 바라본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서구 정서진 아라타워에서 바라본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주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인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발전부문에서 탄소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야하는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는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0.37%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상할당 비중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후대응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정부가 그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늘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진 상황이다.



8일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플랜1.5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 증가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한겨레에 공개했다. 플랜1.5의 의뢰를 받은 김용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2026~2030년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중 변화에 따른 국가 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팔도록 해 감축을 유도하는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주는 ‘무상 할당’ 비중이 너무 높아서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아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기업에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별다른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년)에서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부문별로 운영되는데, 전체 배출권할당량 가운데 38.3%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은 산업 부문(57.4%)과 함께 핵심적인 감축 분야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현재 10%인데, 이를 더 높인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구체적인 유상할당 비율은 ‘제4차 할당계획’(2026~2030년)이 발표되는 9월께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할당 비중 높이자 국내총생산 증가





발전업계와 산업계는 원가 경쟁력 약화와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유상할당 비중 확대에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랜1.5가 이번에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유상할당 비율을 현재의 1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와 2026년 20%에서 2030년 100%로 해마다 20%씩 선형적으로 늘리는 경우를 비교했다. 또 여기에 유상할당에 따른 수입을 고용지원(근로소득세 감면, 4대보험 부담금 지원 등) 재원으로 쓰는 경우와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에 대한 보조금으로 쓰는 경우, ‘녹색산업’(전기차·수소·재생에너지 등)에 한정하여 고용지원 재원으로 쓰는 경우, ‘녹색산업’에 대한 생산보조금으로 쓰는 경우 등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각각 예상되는 탄소가격과 실질 국내총생산의 추이를 살폈다.



분석 결과,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면 현재 10% 비율을 유지할 때보다 실질 국내총생산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할당 수입을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쓰는 경우를 제외하면, 유상할당 ‘비중 확대’ 시나리오는 모두 ‘비중 유지’ 시나리오에 견줘 유상할당 비중이 100%가 되는 2030년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을 0.36~0.37%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할당 수입을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쓸 경우에도, ‘비중 확대’ 시나리오에서 실질 국내총생산은 2027년까진 ‘비중 유지’ 시나리오에 견줘 0.05% 감소했으나 2029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 2030년엔 0.2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는데, 이에 견주면 유상할당 비중 확대로 인한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김 교수는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면 국내총생산에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만약 유상할당 수입을 고용이나 녹색산업 지원에 활용할 경우엔 그 긍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는 경우 각 시나리오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 플랜1.5 보고서 갈무리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는 경우 각 시나리오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 플랜1.5 보고서 갈무리






전기가격 높여 전력 수요와 배출량 감축





또 보고서는 유상할당 비중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이 전력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기후환경요금’은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배출권거래제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등을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을 포함한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 확대’ 시나리오에선 배출권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 가격도 점차 높아져, 2030년에는 ‘비중 유지’ 시나리오에 견줘 12.2~13%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유상할당 수입을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쓰는 경우에선 전기 가격이 2028년까지 ‘비중 유지’ 시나리오보다 낮게 형성되다가 2029년부터 높아져 2030년에는 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지원이 재생에너지 비용을 낮추면서 전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유상할당 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와 발전량 감소는 발전부문 배출량 하락으로 이어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1~14.7%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 교수는 “유상할당 비중 확대가 전기 가격을 높임으로써 전력 수요를 낮추고, 발전부문의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한편, 유상할당 수입을 고용 지원 등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전기 가격이 (유상할당을 통해) 탄소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높였다”며 “유상할당 비중 증가를 통한 전기요금 정상화는 경제와 환경, 두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라 평가했다.



다만, 유상할당 비중 증가로 인해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부분과 관련해선 “에너지 빈곤층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정책 등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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