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된 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한 밭이 메말라 갈라진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농민이 잡초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자는 건설 현장이나 논밭 등 야외에서 일을 하다 발생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폭염으로 일터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휴식권 보장을 위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8일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대부분 지역의 체감온도가 최고 35도 안팎으로 올랐다. 서울 기온은 37도를 웃돌아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초순 기준으로 최고치였다. 앞으로도 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올해 벌써 3.3일(7일 기준)로 지난해 7월 전체 평균치(4.3일)에 육박한다.
역대급 무더위로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5월15일부터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전날까지 모두 977명으로, 한해 전 같은 기간보다 두배로 늘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지난해(3명)보다 갑절로 많은 7명이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흔히 열탈진(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나타난다. 일사병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면 회복되기 쉽지만 열사병은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돼 즉각적 응급 조처가 없으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청년 노동자가 앉은 채로 숨졌다. 발견 당시 이 노동자의 체온은 40.2도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3일 경북 영주시에선 밭일을 하던 30대 필리핀 노동자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역시 온열질환으로 의식까지 잃은 경우였다. 일터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나 외국인 노동자일수록 폭염 산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위험의 외주화는 폭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규정을 마련해 누구라도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2시간 이내 20분 휴식’을 보장하는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조차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폭염 때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업주 의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후속 조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에 가로막혀 있다. 정부는 시급히 재심사를 요청하고 관련 규정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은 그 어떤 국정과제보다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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