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공산주의자, 조란 맘다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그를 체포해야죠. 우리는 이 나라에 공산주의자가 필요 없습니다."
[조란 맘다니/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어제 도널드 트럼프는 제가 체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초점을 흐리기 위해서죠."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에 보란 듯 맞서는 이 남성.
서른세 살의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는 최근 미국 정치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입니다.
인도계 무슬림으로 고작 7년 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뒤, 뉴욕 주지사를 10년이나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민주당 텃밭 뉴욕의 시장 후보로 선출됐죠.
[앤드루 쿠오모vs조란 맘다니 토론 (출처: C-SPAN)]
"경험은 중요하죠. 경험이 없는 건 위험합니다, '만다미' 씨는 직원이 5명 뿐입니다."
"쿠오모씨, 저는 (당신처럼) 불미스러운 이유로 사임한 경험이 없습니다. 메디케이드를 삭감하지도 않았고요. 한 가지 더, 내 이름은 '맘다니'입니다. M-A-M-D-A-N-I."
아무도 모르던 정치 초짜에서 젊은 층이 열광하는 미국 진보 진영의 아이콘까지,
맘다니의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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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을 공략하라
━맘다니가 공략한 부분은 가장 눈에 보이는 생활 밀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집, 교통, 육아, 식료품.
모든 이가 체감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무상' 공약을 내세웠고 재정은 부유층 증세로 감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얽매일 지지 기반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강점이 됐습니다.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을 주장한 상대 후보 쿠오모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모호했죠.
[피온 테인토-다비도프/뉴욕 시민]
"나이 든 후보들보다 훨씬 현실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 좋아요. 우리 도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샤 무어/뉴욕 시민]
"맘다니에게 투표한 이유는, 그가 뉴욕 시민들을 진짜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쿠오모나 에릭 아담스는 그렇지 않죠. 그들은 슈퍼 정치 단체들의 후원을 받고 있고, 그런 단체들은 우리가 살든 죽든 전혀 신경 안 씁니다. 하지만 맘다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갖고 있어요."
한쪽에선 허황된 '공산주의자'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이 사람은 최고 수준의 공산주의자이며 뉴욕을 파괴하고 싶어합니다.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편에선 보통 사람들의 기초 생활 보장에 초점을 맞춘 '조라노믹스'란 신조어도 만들어내며 호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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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즐기고, 찍어라
━지금까지 미국에서 급진적인 정책을 내세웠던 인물은 꽤 있었습니다.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도 그 중 한 명이죠.
하지만 이상적인 말들을 표로 이어지도록 맘다니를 차별화한 건, 무엇보다 그의 캠페인이었습니다.
선거 직전, 직접 맨해튼 거리를 걸으며 여름밤 뉴요커들과 악수하고
[조란 맘다니/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출처: 유튜브 'ZohranforNYC')]
"헤이 브로, 선거가 화요일이에요. (당신 찍을 거에요.) 고마워요 브로."
뉴욕 식료품 인플레이션을 상징하는 할랄 푸드트럭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점주를 인터뷰 하는 등,
[조란 맘다니/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허가증을 얻으려면 얼마를 내야 하죠? (예전에는 2만2천 달러였어요.)
그 돈은 누구에게 내는 건가요?
시민들을 만난 뒤 이를 세련된 영상으로 편집하고 여러 나라 말로 풀어내며 신선한 거리의 정치인이란 인식을 강렬히 심었습니다.
무엇보다 맘다니 흥행의 핵심은 '자발적 풀뿌리 조직'의 세포 분열식 선거운동입니다.
자원봉사자 약 3만 명이 직접 유권자 집 문을 두드리거나 전화를 걸었고 이렇게 이뤄진 현장 스킨십이 160만 회를 넘었습니다.
맘다니를 지지하는 진보적 자치 조직들은 스스로 '파티' 형식의 선거운동을 기획, 홍보하며 맘다니 지지를 젊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었고,
SNS에선 '핫걸즈 포 조란(#hotgirlsforzohran)', 즉 맘다니를 지지하는 핫 걸이란 해시태그가 유행이 됐습니다.
['핫걸즈포조란' 캠페인 영상(출처: 틱톡 'hotgirls4zohran')]
"시장 예비선거는 6월 24일이고, 일을 성사시키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부모님, 친구, 이웃에게 말하세요."
기성 정치와 민주당의 엘리트주의에 질려있던 유권자들에겐 신선함과 함께 '정치도 놀이'라는 감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버니 샌더스는 이런 캠페인 방식을 극찬하며 "지난 대선 때 맘다니처럼 했더라면 지금 힐러리가 대통령일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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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구원? 균열?
━맘다니의 등장과 성공은 미국 진보 진영 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더 이상 맘다니만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애리조나에서 다음 주 있을 연방 하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 도전하는 25세 데자 폭스 역시 스스로 디지털 크리에이터로서 역할하며 성공 신화에 도전 중입니다.
그러나 이런 Z세대의 활약이 민주당에 기회일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기성 정치인과 유대계, 민주당을 후원해 온 월가 거물들을 중심으론 불편한 기색도 드러나며 분열 조짐도 보입니다.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 또 맘다니식 캠페인이 젊은 뉴요커들을 넘어서도 통할지 회의론도 있습니다.
[에즈라 클라인/뉴욕타임즈 저널리스트(출처: 유튜브 'EzraKleinShow')]
"맘다니에게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예비선거에서 지는 게 아니라, 당선된 뒤에 제대로 시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거죠. 무료 보육 같은 많은 공약들, 아마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그의 등장이 생활 밀착형 정책을 향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드러내는 한편, '돈과 방송' 중심의 오랜 미국 정치 공식이 이제는 낡았음을 증명해냈다는 점입니다.
윤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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