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3법 개정안 찬성 표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법만으로는 공영방송 이사회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고 봤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방송3법 개정안을 보면,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뿐 아니라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KBS 이사는 11명에서 15명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와 EBS 이사는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다.
현행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도록 하지만, 지금까지 여야가 자신들이 임명하는 방통위원을 통해 사실상 공영방송 이사 전부를 결정해왔다.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두고 잡음이 일며 방송을 정권에 종속시킨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개정안에선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비율이 40%로 낮아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이 KBS 이사 6명을, 방문진과 EBS 이사 5명을 추천한다. 나머지 이사는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변호사 단체가 나눠 추천한다.
KBS·MBC·EBS 사장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뽑는다. 보도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KBS·MBC·EBS와 보도전문채널은 보도 책임자를 보도 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했다.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은 노사 동수로 구성하는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법제화했다.
민주당표 방송3법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를 두고 미디어학계 의견은 갈렸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회 추천 이사 몫을 공식화해 오히려 정당 이름표를 단 대리인들이 더 거칠게 정파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공영방송 독립의 척도는 정권 교체 후 사장 임기 보장인데 개정안에는 사장 임기 보장 조항이 빠졌다”고 말했다. 반면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회에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동할 통로가 남아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회 추천 몫 인원들이 전체 이사회를 주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사 추천권을 가진 방송·미디어 학회와 변호사 단체는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어 여전히 정권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권 우위 구조의 방통위(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야당 추천 2인)가 어떤 방송·미디어 학회와 변호사 단체를 추천 주체로 둘 것인지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방송법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하게 되면 정권이 바뀌었을 때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며 “시행령에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하더라도 관련된 근거 규정을 방송법에 명확하게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답게 정상화하는 것이 본질적”이라고 했다.
EBS의 경우 교육부 장관의 이사 추천권은 유지되고 교육 관련 단체의 이사 추천 몫이 늘어나면서 교육계 인사들의 입김이 이전보다 더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예산과 인사권이 방통위와 교육부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가 사장이 되든 EBS의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은 결코 보장될 수 없다”며 교육부 장관의 이사 추천권을 삭제하고 교육 단체 추천 몫도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