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글로벌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 전문기업 해머스페이스(Hammerspace)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AI 시대 데이터 인프라 혁신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지사를 설립한 해머스페이스는 8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시장 공략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설명했다.
해머스페이스는 분산 환경에서 데이터 가상화와 고성능 액세스를 지원하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복잡한 스토리지 인프라를 단일한 논리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넘나드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회사는 특히 병렬 NFS(Parallel NFS)와 같은 차세대 데이터 전송 프로토콜을 통해 기존 NFS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강조했다. 해머스페이스는 병렬 NFS 초기 표준 제안 기관인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리눅스 커널 유지관리자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중심으로 리눅스 기반 고성능 스토리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데이비드 플린 해머스페이스 CEO는 “VM웨어가 서버 가상화를 통해 IT 인프라 활용 방식을 바꿨듯 해머스페이스는 데이터 자체를 가상화해 애플리케이션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급한다”며 “기존 기술은 성능 손실이 따랐지만 우리는 오히려 데이터 액세스 속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해머스페이스는 단순 스토리지 가상화 수준이 아닌 데이터 오케스트레이션과 자동화를 포함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GPU 서버 내 NVMe 기반 로컬 스토리지(Tier 0)까지 아우르며 데이터 복제나 이동 없이 즉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고성능 AI 학습이나 대규모 병렬 처리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고객 사례로는 메타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LLaMA)’ 시리즈가 있다. 메타는 AI 모델 학습 파이프라인에서 해머스페이스를 활용해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률을 기존 40%에서 95%까지 끌어올렸다.
플린 CEO는 “메타처럼 기술 내재화 역량이 뛰어난 기업조차 해머스페이스를 선택한 이유는 수년의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표준 기반 솔루션으로 즉시 효과를 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는 기존 7개 파일 시스템을 해머스페이스 기반 단일 네임스페이스로 통합했고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게임사 에픽게임즈 등도 해머스페이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해머스페이스는 리눅스 커널 내 최적화를 통해 성능 향상과 리소스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눅스 커널 6.12에 반영된 로컬 I/O 패치는 물리적으로 동일한 GPU 노드 내 데이터를 공유 파일 시스템에서 바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여 성능을 10배 향상시켰다. 또한 CPU 개입 없이 NVMe에서 직접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해, CPU 사용률을 100%에서 15% 이하로 감소시킨 사례도 있다.
해머스페이스는 오픈소스 기업은 아니지만 리눅스 네이티브 기반 오픈 아키텍처를 지향한다. 사용자들은 별도 고가 장비 없이도 표준 리눅스 서버 위에 해머스페이스를 탑재해 고성능 데이터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향후 사전 통합 어플라이언스를 통해 완제품 형태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플린 CEO는 “스토리지 벤더 입장에서 해머스페이스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히타치 밴타라와 같은 선도 기업은 AI 시장 진출을 위해 과감히 우리와의 파트너십을 선택했지만, 다른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해머스페이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해머스페이스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이강욱 해머스페이스 한국지사장은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멀티사이트 환경을 운영 중이며, AI와 HPC를 위한 고성능 데이터 처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해머스페이스는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AI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라며 “주요 대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고, 글로벌 클라우드와 연계한 프로젝트 수요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해머스페이스는 국내 GPU 클라우드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며, 총판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지만 4~5곳의 파트너사와 초기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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