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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담보로 대출” 급전 찾는 노년층 증가에 ‘실버론’ 조기 마감 [예은이]

헤럴드경제 유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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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담보로 대출” 급전 찾는 노년층 증가에 ‘실버론’ 조기 마감 [예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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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담보 ‘실버론’ 9일부터 중단
만60세 이상에 1000만원 대출
실버론으로도 생활비 부족한 노인들
고금리 대부업에 내몰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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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월 초까지 국민연금 수급자에 나간 실버론 대출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9일부터 신규 대출이 중단된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올 들어 7월 초까지 국민연금 수급자에 나간 실버론 대출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9일부터 신규 대출이 중단된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노년층의 급전창구로 꼽히는 ‘국민연금 실버론(노후긴급자금대부)’의 신규 대출이 9일부터 막힌다. 올해 배정된 1년치 예산이 6개월여만에 조기 소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금을 헐어서 써야 할 만큼 은퇴족들의 급전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에 노년층 취약차주들이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예산을 조속히 증액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년치 대출액 380억 반년 만에 동나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실버론은 오는 9일 11시부터 신규 접수가 중단된다. 올해 380억원 규모로 편성된 실버론 예산이 조기 소진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노후긴급자금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도입된 실버론은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전·월세자금과 의료비, 장제비 등 생활비를 대출해주는 제도다. 개인 신용등급이 낮아서 제도권 밖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층의 대출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연간 연금 수령액의 2배 이내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실버론을 받을 수 있다. 또 긴급자금 성격을 고려해 신청 후 최대 3일내로 대부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자도 저렴해 은퇴족들의 급전 창구로도 불린다. 실버론은 매 분기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에 연동해 변동금리를 적용하는데, 올 3분기 금리 수준은 금리 인하 기조에 연 2.51%까지 내린 상태다. 2%대의 이자로 노년층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국민연금공단이 유일하다. 시중은행의 시니어 전용 대출 상품의 금리가 4~5%대인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팍팍해진 살림에 고령층 취약 차주 급증
문제는 실버론 예산 소진으로 생활비를 메울 수 없게 된 노인들이 2금융이나 대부 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버론의 사용처(건수 기준)를 살펴보면, 54% 이상이 전·월세 자금 충당에 쓰였다. 43% 정도는 의료비 용도 대출이다. 배우자의 장례비 등 용도가 1.5% 수준이다.


실버론을 통해 빌린 자금은 매월 국민연금 수령액에서 자동 공제되는 방식으로 상환된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이를 희생하면서까지 급전을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은 최대 5년간 원금을 매월 균등하게 나눠 갚는 ‘원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이며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1~2년)을 포함할 경우 최장 7년까지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퇴직금과 개인사업자 대출에 의지해 자영업에 나선 노년층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버론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매출 대비 누적 부채비율은 54%, 70대는 57%로 30대(28%)와 40대(29%) 등 다른 세대를 크게 웃돌았다.

또 60대 신규 자영업자 중 35%는 연간 영업이익으로 1000만원도 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고령 자영업자들은 자영업 실패 시 대체로 임시일용직으로 전환하거나 경제적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