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저항 상징하는 '사바사바' 시위
지난해부터 케냐 반정부 시위 이어져
Z세대 중심 틱톡 공유 등 세력 키워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교사 오지왕
"경찰 폭행에 의한 것" 폭로가 불붙여
케냐에서 Z세대(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7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케냐에선 1년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경찰에 체포됐다가 숨진 교사의 사인이 경찰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케냐 47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이 이들에게 발포하며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567명이 체포됐다. BBC는 "이른 아침부터 도심 주위로 검문소가 설치되면서 도로가 통제됐고, 이를 돌파하려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KHRC)는 "경찰이 사복과 암행 차량을 이용해 과도한 무력을 행사했다"며 "나이로비와 카지아도 등의 무장 범죄 조직과 협력했다"고 비판했다.
'사바 사바(Saba Saba·스와힐리어로 '일곱 일곱'이라는 뜻)'라 불리는 이날 시위는 케냐에서 다당제 민주주의 전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처음 일어난 1990년 7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케냐의 시민적 저항과 민주주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위가 예고되면서 전날부터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하루 전 무장 갱단이 KHRC 나이로비 본부를 공격했는데, 당시 이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오늘 시위는 없다"고 외치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훔쳐 달아나는 등 단체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지난해부터 케냐 반정부 시위 이어져
Z세대 중심 틱톡 공유 등 세력 키워
경찰에 체포됐다 숨진 교사 오지왕
"경찰 폭행에 의한 것" 폭로가 불붙여
케냐의 민주 개혁을 요구하는 '사바 사바' 시위가 열린 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며 한 남성을 들어 옮기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
케냐에서 Z세대(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7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케냐에선 1년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경찰에 체포됐다가 숨진 교사의 사인이 경찰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케냐 47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이 이들에게 발포하며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567명이 체포됐다. BBC는 "이른 아침부터 도심 주위로 검문소가 설치되면서 도로가 통제됐고, 이를 돌파하려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KHRC)는 "경찰이 사복과 암행 차량을 이용해 과도한 무력을 행사했다"며 "나이로비와 카지아도 등의 무장 범죄 조직과 협력했다"고 비판했다.
'사바 사바(Saba Saba·스와힐리어로 '일곱 일곱'이라는 뜻)'라 불리는 이날 시위는 케냐에서 다당제 민주주의 전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처음 일어난 1990년 7월 7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케냐의 시민적 저항과 민주주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위가 예고되면서 전날부터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하루 전 무장 갱단이 KHRC 나이로비 본부를 공격했는데, 당시 이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오늘 시위는 없다"고 외치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훔쳐 달아나는 등 단체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지난달 25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지난해 증세 법안에 반대하며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으나, 시위가 격화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나이로비=AFP 연합뉴스 |
지난해 정부의 '서민 증세' 법안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경찰의 잔혹한 시위대 탄압에 항의하고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의 부패 혐의와 높은 생활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들은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 장면을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반정부 세를 키워가고 있다.
특히 최근 교사이자 블로거 앨버트 오지왕(31)이 정부 비판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상태에서 숨진 것을 계기로 시위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오지왕은 허위 출판물 발행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됐다가 이틀 후 숨졌다. 경찰은 그가 "머리를 스스로 벽에 들이받아 죽었다"고 발표했으나, 부검의 중 한 사람이 고인의 머리 부분 상처가 폭행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폭로했다. 이는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고, 2주 전에는 추모 시위가 격화하면서 진압 과정에서 19명이 사망했다. 결국 지난달 24일 케냐 검찰은 경찰관 3명을 포함한 6명을 오지왕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달 3일 열린 오지왕의 장례식엔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애도했고, 시위는 더 격해지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