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소노그룹 소노타워 전경.(소노인터내셔널 제공) |
이 기사는 2025년 7월 7일 17시 1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앞둔 소노인터내셔널(이하 소노인터)이 자사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소노인터의 자사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36%에 육박하는데, 상장 후엔 개정 상법에 따라 이를 전량 소각해야 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노인터는 올해 초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EB) 2100억원어치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다만 이 EB는 주식으로의 교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여서, 소노인터는 대량의 자사주를 그대로 갖고 상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EB의 조기 상환 시점이 내년 2월에나 도래하는 만큼, 자사주의 전량 소각을 막고 새로운 활용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건 그 이후에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 우리투자證, 교환사채 2100억 인수… 내년 초 상환 받고 나갈 듯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노인터는 연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당초 6월까지 신청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업가치 산정 및 공모 구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청구 시기를 미룬 상태다.
지난해 말 소노인터내셔널의 자사주는 총 82만7157주로, 전체 발행 주식(230만2212주)의 35.93%를 차지했다. 이는 박춘희 명예회장(33.24%), 서준혁 회장(28.96%)의 지분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사주는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비록 의결권은 없지만 회사의 통제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우호 지분’이나 다름없다. 적대적 M&A나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시, 기업은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또는 장내에서 직접 팔거나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소노인터는 지난 2월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EB를 발행, 21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 발행된 EB는 주식으로의 교환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사모사채’라고 보는 게 맞다. EB의 교환가가 상장 시 공모가의 2배로 자동 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100만원으로 정해진다면 EB 교환가는 200만원으로 조정되는 셈이다. 즉, 우리투자증권은 소노인터 주가가 상장 후 공모가의 2배로 올라야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는 EB의 주식 전환을 어렵게 만들어 대주주 지분 가치의 희석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자사주로 교환한다는 건 염두에 두지 않고 원리금을 상환 받을 생각으로 투자했다”고 전했다.
EB의 표면이자율은 5.6%, 행사가액은 138만9968원으로 설정됐다. 만기는 2028년 2월이지만 발행 1년 뒤인 내년 2월부터 소노인터가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노인터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병행해 자금을 모은 뒤 내년 초 EB를 상환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EB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외부에 나눠주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소노인터의 선택지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노인터는 결국 36%의 자사주를 안고 상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자사주 담보 EB가 남아있는 한, 또 다른 자사주 활용 방안을 꺼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 자사주 36%, 계열사나 우호 기업에 비싸게 팔까
문제는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상장사의 자사주 전량 소각’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건 아니지만, 기업이 새로 취득한 게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선 유예 기간을 주고 점진적으로 전량 소각하도록 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노인터 역시 올해 말 상장한다면 시간을 갖고 자사주 처리 방안을 내놔야 한다. 36%는 전량 소각하기엔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양이기 때문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4조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1조4400억원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소노인터의 자사주는 EB의 교환 대상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회사는 이르면 내년 2월 이를 상환한 뒤에나 새로운 자사주 활용 방안을 꺼낼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소노인터가 제3자에게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하거나, 계열사나 우호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자사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꺼낼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콜옵션 행사가는 시장가와 같거나 더 높아야 한다. 시장가에 할증을 붙인 가격에 콜옵션을 제공하면, 상법상 배임이나 사익 편취 등의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노인터 관계자는 “보유 중인 자사주는 소각 목적으로 취득한 게 아니며, 매각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다만 자사주에 대한 콜옵션을 계열사에 부여하는 방안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상장 후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