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항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를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고위급 협상에 착수했다. 통상과 안보 협의 모두 중대 고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재명 정부 장관급 인사가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것으로, 정부는 미국의 ‘관세 서한’을 받을 경우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위 실장은 이날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세협상과 함께 방위비 분담 문제도 논의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여러 이슈가 협의 대상이 된다.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방미 기간 중 대통령실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제가 여기 있는 동안 그런 판단이 있다기보다는 저도 협의하고, 그 협의를 가지고 가서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관세협상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협의가 좀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그 후에는 입장들이 조금 더 명료해졌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미국은 미국대로 어떤 판단을 하려는 국면이고, 또 우리도 거기에 적응해서 판단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에 중요한 국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안보 및 관세 현안에 대해 두루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에 대해서는 “조속히 하자는 데 대한 공감대는 있고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그 단계까지는 와 있지 않고 협의를 진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들에 상호관세를 통고하는 서한을 7일(한국시각 8일 새벽 1시)부터 발송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12~15개국이 서한을 받을 것이며, 8일 또는 9일에 받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협의체)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는 추가로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협상 시한을 말미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 강도마저 높임에 따라 정부는 ‘관세 서한’의 대상이 될 가능성에 긴장하며 총력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위 실장보다 하루 앞서 워싱턴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면담한 데 이어 6일에도 상호관세 현실화를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7일 한국이 ‘관세 서한’의 대상에 들어갈지 여부에 대해 “미국 쪽이 언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서한을 받는 국가들에 대해 그동안 예고해온 7월9일이 아닌 8월1일을 상호관세 발효일로 삼겠다고 한 게 모든 협상 상대들에 대해 유예 기한을 연장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9일에 상호관세를 발효할 경우, 한국이 예고(25%)보다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을 경우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이본영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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