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단체인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올바른 출범을 위한 국정기획위원회 국가폭력 피해자 입장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허상수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루거나 이월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언제까지 과거사 청산에 매달리고 있느냐는 일부 몰지각한 국민의 시선도 남아 있지만 제2기 진실화해위에서 조사를 다 하지 못해 중지된 사건들이 2116건이나 남아 있다. 아직도 신청하지 못한 국가범죄 피해 사건들은 무려 18만여건으로 추계하고 있다.
연로한 신청인들은 살아생전에 진실 규명 대상 인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들은 하루빨리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가는 이들의 권리행사를 충족해 줘야 마땅하다. 국가는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에 관한 국가 책무를 다하라는 요구에 진지하고 충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피해 인사들은 120여년 한국 현대 역사에서 일어났던 국가범죄로 인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며 겪은 깊은 슬픔과 아픔, 오욕을 삭히며 통한의 세월을 견뎌왔다. 자신들이 주장하고 요구해 온 사실들을 국가가 인정해 달라고 간청하고 기대하고 촉구하고 있다. 국가는 무엇이 진실인지 조사하고 밝혀내어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 만약 잘못이 인정된다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이들이 당한 피해를 복구하고 불명예를 씻어 주어야 마땅하다.
무책임한 국가에서 책임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이왕이면 여야 합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제3기 진실화해위의 출범을 위한 개정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제22대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15개 법안을 잘 다듬는다면 얼마든지 제3기 진실화해위 출범에 필요한 법률 개정을 신속히 완결할 수 있다. 이런 요구에 응답하여 제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신속 과제에 포함시켰다는 국정기획위원회 발표를 환영한다. 국회는 이를 서둘러 처리해야 마땅할 것이다.
진실은 거저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진실을 찾는 이가 시간과 공력을 들여 흘러간 시간 속에서 사실의 조각들을 건져내고 드러내고 밝혀내었다면 국가는 어서 빨리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실을 덮어버리고, 진실을 가리고, 진실을 비틀고 없애버리는, 독립성이라는 명분으로 오판을 두둔하는, 가증스럽고 오만한 자들이 판치던 악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한해의 절반을 넘긴 7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야 할 때다. 국가는 무엇보다 먼저 미래지향적 이행기 정의를 실현해야 할 황금 시간임을 명심하여 시의적절하게 진실화해기본법을 개정해 나가길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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