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 전 인권위 상임위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퇴임 전 본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알려진 직원을 고발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 상임위원이 해당 직원과 인권위 노조위원장에게 “사과를 하면 재판부에 탄원서를 써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과를 요구받은 직원 ㄱ씨와 노조위원장은 “사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이 전 상임위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충상 전 상임위원은 6일 저녁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신이 고발한) ㄱ씨에 대해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해 주기 바란다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탄원서를 쓰겠다. 다만 그 전제로 인권위 직원 ㄱ씨와 (자신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노조위원장이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안창호 위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이야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충상 전 상임위원은 지난 2월27일 직원 ㄱ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ㄱ씨는 지난해 이충상 전 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문제가 됐을 때 거론된 피해자 4명 중 1명이다. 이충상 전 위원은 2022년 12월 ㄱ씨가 작성해 제출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의견표명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노동쟁의 손해배상 관련 영국의 사례 기술을 문제삼고 있는데, ㄱ씨와 이 전 위원 주장을 청취한 인권위 감사반은 “(논란이 된) 영국 사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고의로 사실과 다른 사례를 기술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전 위원은 상임위원회와 직원 200명 이상이 공유하는 내부망(인트라넷) 메모보고에서 ㄱ씨에게 “생짜로 엉터리 허위”, “편파적”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충상 전 위원에게 사과를 요구받은 ㄱ씨와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ㄱ씨는 한겨레에 “얼토당토않다. 사과할 일도 없고 저를 포함해, 저보다 훨씬 피해 정도가 큰 직원들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정호 지부장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했고 트라우마가 남아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는 황망한 상황을 상식선에서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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