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당 혁신위원장을 사퇴했다.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혁신위원 5명의 인선안을 발표하고 8분 뒤에 위원장이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제 국민의힘이 또 무슨 혁신을 얘기한들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안 의원은 “최소한의 인적 청산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은 혁신위 출범 전에 상징적 조처로 당 대선 후보 교체 파동과 관련된 두 사람의 인적 청산을 요구했지만 거부됐다고 한다. 그는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겠는지 의사부터 타진했고, 주말 동안 여러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렇다면 제가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쇄신 대상은 후보 교체 파동 당시 당 지도부였던 권영세·권성동 의원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건 국민의힘이 당원과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행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다. 앞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당무 감사권을 발동한 것도, 안 의원이 혁신위의 첫 과제로 이 사안과 관련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언석 비대위는 이런 요구를 잇따라 단칼에 잘라버렸다.
이번 혁신위 좌초는 친윤 비대위 체제에서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쇄신 핵심이 ‘친윤 해체’인데, 당 지도부는 물론 당의 다수가 ‘친윤-영남’ 체제로 뭉쳐 있으니 안 의원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인 게 사실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 사퇴 직후 “(혁신위가) 대선 백서를 통해 지난 대선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질 부분 등이 정해지면 비대위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 의원에게) 말씀드렸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급발진했다는 주장이지만, 애초 혁신위 역할을 백서발간위원회 정도로 인식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가장 먼저 친윤계 전 지도부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송 위원장 자신이 친윤계 주류의 몰표를 받아 원내대표가 되고 김용태 혁신안을 고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혁신 대상이 겉으로만 ‘혁신’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혁신 요구를 잇따라 퇴짜 놓고 있다. 이렇게 해선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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