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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서한’ 공개 앞두고 폭풍전야…트럼프식 꼼수에 무역업계 근심 커졌다 [비즈360]

헤럴드경제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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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서한’ 공개 앞두고 폭풍전야…트럼프식 꼼수에 무역업계 근심 커졌다 [비즈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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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시 상호관세 서한 발송 예정
트럼프 측근 “협상 진전없으면 기존 발표대로”
업계 “멕시코 대비 불리한 韓, ‘빠른 협상’ 필요”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 대상 업종도 근심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일 오전 1시(한국시간)부터 무역 상대국들에게 ‘상호관세’의 세율이 적힌 서한을 발송할 예정인 가운데 무역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 25%에 달하는 상호관세 부과가 예상되고 있어, 이 세율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 서한, 그 합의(결과)가 전달되는 것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설명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7월 8일까지로 설정했다가, 최근 8월 1일로 상호관세 발효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관세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비(非) 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향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브릭스 등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는 추가로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이 정책에는 예외가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앞선 90일 간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시점에서 대상국들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보내는 서한에는 품목별 관세를 비롯해 전반적인 협상의제에 대한 내용도 함께 들어갈 지 여부 등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8월 1일에 다시 (애초 상호관세 세율을 발표했던) 4월 2일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연단에 서서 각국이 부과한 비관세 장벽이라며 표를 들고 있다.[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연단에 서서 각국이 부과한 비관세 장벽이라며 표를 들고 있다.[AFP]



미국 행정부는 앞서 지난 4월 3일 한국(25%)을 비롯해 EU(유럽연합) 20%,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등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무역장벽과 환율 등을 활용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세우고 자유무역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상호관세 조치가 현실화 할 경우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트럼프 1기 이후 미국 수입시장 수출 경합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트럼프 효과’가 본격화된 올해 1∼4월 미국의 전체 수입시장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19.2% 증가하며 1∼4월 누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수입 상위 10개국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한국(-5.0%)은 중국(-0.9%)과 함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멕시코(6.3%), 캐나다(1.9%), 아일랜드(120.2%), 스위스(344.3%), 독일(3.4%), 베트남(39.4%), 일본(3.4%), 대만(52.2%), 인도(29.0%) 등 대부분 국가들의 같은 기간 대미 수출 규모가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한국의 한 수출항 [연합]

한국의 한 수출항 [연합]



아울러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 순위는 작년 7위에서 올해 10위로 하락했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이미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1~4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억3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 감소했으며, 다른 수출업종인 기계류(-5억7000만달러), 화학공업(-4억2000만달러), 반도체(-3억8000만달러) 등보다 하락세가 컸다.

반면 멕시코와 인도는 이 기간 미국 수입시장에서 자국 상품의 점유율이 확대됐고, 한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함께 증가했다. 수출 경합도는 해당 국가 간 산업 양태와 주요 수출 품목을 비교한 지표를 말한다. 경합도가 높을수록 두 나라 수출 구조가 비슷하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경합도가 낮으면 경쟁보다는 상호 보완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보고서는 “일본과 독일의 경우 수출 경합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으며 일본과 독일은 자동차·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기계류, 전기·전자제품 등 한국과 매우 유사한 대미 수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경합도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유와 협박을 오가는 협상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부 업계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목한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자동차는 25%,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50%의 품목 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품목 관세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협상 기한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각국 정부들은 상호관세 협상과 맞물려 품목 관세 협상까지 동시에 진행을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상대국 입장에서) 협상 전략을 더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식 꼼수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러배마 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미국 앨러배마 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현대차 제공[]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 재고 물량을 활용해 ‘가격인상 없는 버티기 전략’을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측은 지난 4월 개최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재고 물량이 완성차 기준 3개월 가량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고가 완전히 바닥나게 되면 현지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부과된 25% 관세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62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3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8% 줄었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미국이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자 현지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활용했고, 현지 생산 확대로 관세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올해 1~5월 미국에서 총 75만2778대를 판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11%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선수요 증가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효과로 풀이된다.

반면 문제는 사전에 확보한 비관세 재고가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정부 간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대응 여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규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상호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생산 거점을 다양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해 과세 기준 가격을 낮추는 한편, 미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대체 가능성이 낮은 품목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