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도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키움 소속으로 뛰었다. 2023년 183⅔이닝, 2024년 190⅓이닝을 던진 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다. 이렇게 많이 던지면서 2023년은 11승과 평균자책점 2.65, 2024년은 10승과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그 어떤 팀이든 재계약 대상자였다. 그런데 키움과 재계약 협상이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가 바라보는 금액의 차이가 있었다.
끝내 키움과 후라도의 협상이 결렬됐고, 키움은 후라도를 풀어줬다. 이 분위기를 미리 알고 있었던 삼성이 다른 팀보다 먼저 재빠르게 접촉해 후라도에게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다른 팀들이 후라도의 상황을 확신하지 못한 채 다른 선수들을 먼저 살필 때, 삼성은 전략을 잘 짰다. 그리고 후라도는 여전히 후라도다. 7일 현재 시즌 18경기에서 117⅓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선전하고 있다. 삼성의 에이스다.
그런 삼성은 또 하나의 외국인 투수 선수 영입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재계약에 성공한 대니 레예스가 부상으로 낙마하자 곧바로 외국인 레이더를 돌려 새 선수 영입에 나섰다. 레예스는 부상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구위파’ 투수가 대세가 된 KBO리그 트렌드에도 조금 맞지 않는다는 우려 또한 존재했다.
많은 구단들이 가라비토를 알고 있다. 지난해부터 KBO리그에 올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조건이 딱 맞았다. 한국에서 통할 만한 구위와 기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정착할 가능성은 낮았다. 찔러볼 만한 선수로 봤다. 그러나 가라비토는 미국에 남았다. 이유가 있었다. 원 소속 구단이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업무를 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많은 팀들이 가라비토를 보고 있었지만 영입 리스트에서 뒤로 밀렸던 것은 텍사스가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문의를 한 구단도 있지만 텍사스가 판매 불가라고 통보했다”면서 “오프시즌에는 꼭 가라비토가 아니더라도 좋은 대안들이 있어 구체적인 관심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즌 중간에, 지금 당장 올 수 있는 선수로는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가 맞는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두 경기에서 가라비토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5.1㎞, 평균은 152㎞ 수준이었다. KBO리그에서 가라비토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더 빠른 선발 투수는 드류 앤더슨(SSG), 코디 폰세(한화), 알렉 감보아(롯데)까지 단 세 명뿐이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지는 않지만 익스텐션이 길어 높은 쪽 코스에 레이저처럼 공이 꽂힌다. 익스텐션이 2m에 이른다.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 구속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가라비토가 올 시즌을 어떻게 마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성공한다면 내년 외국인 투수 구성을 두고도 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효과가 있다. 올해 적응하고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그림도 그려볼 만하다. 후라도 또한 현시점으로는 재계약 대상자라 내년 전력의 중요한 상수를 미리 계산해볼 수도 있다. 이는 새 외국인 선수와 시작하는 변수를 가진 타 팀에 비해 상대적인 이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