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검찰 특수활동비 등이 포함되었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검찰 특수활동비는 그 성격이 다른데, 한 묶음으로 처리된 것부터가 부적절했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검찰총장 및 고위간부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거나,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활동과 무관하게 사용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전액 삭감된 검찰 특수활동비가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것은 유감이다.
검찰과 달리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는 정보공개가 핵심
한편,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는 아직까지 정보가 공개된 적이 없다. 따라서 그 필요성을 판단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
물론, 전임 대통령 시절의 특수활동비 사용에 대해 검증해 볼 수 있다면,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이나 적정 규모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전임 대통령들은 정보공개를 거부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소송에서 시간을 끌다가 탄핵이 되는 바람에 정보공개가 당장에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의 비서실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이나 적정 규모에 대해서는 판단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 대통령제 국가의 특성상, 대통령 비서실이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 활동’에 사용할 특수활동비가 필요할 수는 있다. 따라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가 부활된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최소한의 정보공개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특수활동비든, 상대방이 쓰는 특수활동비든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그렇다면 적정하게 사용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서, 상대방만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법원이 확정한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기준
그렇다면 지금 쟁점은 정보공개 여부이다. 다행히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에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제기했던 정보공개 소송에서 지난 6월 12일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됐다. 상고기각 판결이 나와서, 서울고등법원의 일부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에 대해 내린 판단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비서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도 정보공개 대상이라는 것이다. 즉 대통령비서실도 일부 비공개 정보를 제외하고는 특수활동비 사용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특수활동비 사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고, 일부 비공개 대상 정보는 제외하고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공개 기준을 제시했다.
■ 특수활동비의 집행일자와 집행명목(추상적인 수준이지만), 집행금액은 공개대상 정보
■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서류(현금수령증, 집행내용확인서) 중 특수활동비 수령자ㆍ확인자의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공개대상 정보
따라서 지금은 법원이 제시한 공개기준에 따라 정보공개가 되면 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실의 선택은?
그래서 지금 남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실의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실이 이전 정권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법원 판결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서 정보공개를 하면 된다. 그래야 이번에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예산을 증액한 것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주권 정부’다운 모습일 것이다.
또한 전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도 같은 기준대로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정기록물(최대 30년까지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기록물)의 지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사 전임 대통령 측이 자의적으로 지정기록물로 지정했더라도, 지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므로 법원 판결의 기준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국가 재정이 어렵고, 공공기관들의 세금오·남용이나 예산낭비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 잦은 해외순방 등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행태를 보여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한 대통령이라면, 솔선수범을 통해서 국가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예산개혁ㆍ행정개혁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뉴스타파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haha96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