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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서 만든 '아파트 12층'만한 구조물, 배로 옮겨 울산에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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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서 만든 '아파트 12층'만한 구조물, 배로 옮겨 울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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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PAR모듈
3D 스캐닝 정밀 제작…'해상 운송 노하우'도


DL이앤씨가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현장에 총 1만톤 규모 대형 모듈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대 아파트 12층 높이에 이르는 구조물을 10개 만들어 배로 날라 설치한 것이다. 수년간 쌓아온 해상 운송 노하우와 플랜트 모듈 분야 강점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는 국내 석화업계 사상 최대 규모 투자인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 파이프랙(PAR, Pre-Assembled Pipe Rack) 모듈을 설치했다고 7일 밝혔다. PAR 모듈은 플랜트 원료와 생산품 등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배관을 지지하는 구조물이다.

샤힌 프로젝트 대형 모듈을 실은 바지선이 울산신항 부두에 접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자료=DL이앤씨 제공

샤힌 프로젝트 대형 모듈을 실은 바지선이 울산신항 부두에 접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자료=DL이앤씨 제공


이 모듈은 목포 제작장에서 만들어져 샤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울산 온산산업단지로 옮겨졌다. 길이 47m, 너비 22m, 높이 36m에 이르는 대형 모듈을 포함해 총 17개로 구성됐다. 가장 큰 것은 외관상 아파트 12층 높이의 모듈이다. 무게는 도합 1만 톤에 달한다. DL이앤씨는 지난 2월부터 10회에 걸쳐 이 모듈을 순차적으로 실어 날랐다.

DL이앤씨는 이 모듈 제작을 위해 '3차원(3D) 스캐닝' 기술을 도입했다. 3D 스캐닝은 레이저를 발사한 뒤 대상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공간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실제 모듈 설치 현장 물리 환경과 제작 공간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고 DL이앤씨 측은 설명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모듈은 미세한 차이로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제작이 중요하다"며 "3D 스캐닝을 통해 파악한 정보를 기반으로 샤힌 프로젝트 현장을 목포 모듈 제작장에 3D로 구현해내고 지형지물을 고려한 맞춤형 모듈 제작이 함께 이뤄졌다"고 말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모듈 사이 간격은 3㎜를 넘지 않았다. 또 모듈과 모듈 사이에 배관을 넣어 어긋난 부분을 맞추는 기존 방식 대비 공정 및 용접량을 줄일 수 있었다. 용접 한 번으로 모듈을 이어 붙이는 SWHU(Single Weld Hook Up) 방식으로 용접량을 50%가량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는 전문적인 해상 운송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 목포 제작장에서 울산신항까지 450㎞에 달하는 거리를 운송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장거리 해상 운송의 경우 파도와 바람, 조류 영향을 받아 더욱 정교한 하중 분산이 요구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DL이앤씨는 각 모듈의 체적, 무게 중심에 따라 고박(묶는 작업) 위치를 선정하고 특수 제작한 받침목과 고정끈으로 포장했다.

최종 관문인 육상으로 옮기는 작업의 경우 1시간에 1㎞씩 이동하는 '초저속 운송'을 통해 진동을 최소화했다. 이 작업에는 주로 조선소 등에서 큰 선박이나 대형 구조물을 옮기는 데 사용되는 특수 운송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SPMT)'가 쓰였다.


DL이앤씨 관계자는 "SPMT는 금속판 아래 바퀴 4개가 달려 있는데 이를 여러 개 이으면 화물 기차처럼 움직인다"며 "모듈의 길이를 고려해 한 줄에 6대씩 2줄로 길게 연결했으며 이동 작업은 인적이 드문 야간시간에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최근 플랜트 모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렌지카운티에 세계 최대 규모 폴리에틸렌 공장을 모듈 공법으로 짓고 있다. 아울러 DL이앤씨가 공사한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은 단일 모듈로는 국내 최대 무게(3400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일반적으로 플랜트 공사가 현지 시공 방식으로 이뤄져 기후·인력 등 현장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데 반해 모듈 공법은 기계, 배관 등 설비 구성 요소를 사전에 제작해 문제 발생 여지를 최소화한다는 게 DL이앤씨 측 설명이다.


DL이앤씨는 현재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샤힌 프로젝트 '패키지 1'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석유화학 플랜트 중 샤힌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과거의 모듈 제작·운송 노하우, 전문 인력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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