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채 빼고 다 팔라'는 다주택 처분 권고가 내려오자, 재건축이 예정돼 있던 '강남 아파트'를 팔지 않으려 거짓말을 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매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팔 수 있는 아파트였다.
구 후보의 배우자가 2013년 약 9억 원에 경매 낙찰 받아 지금도 보유 중인 이 강남 아파트의 시세는 현재 5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9년 말, 문재인 정부는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한 채 빼고 다 팔라'며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고위 공직자의 행태가 비판 받았다.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노 실장은 당시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이자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충청북도 청주시의 47평 아파트(전용 면적 134.88㎡)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의 20평 아파트(전용 면적 45.72㎡)다.
노 실장은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고향 집을 매각했다. 반포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청와대 핵심 참모가 '똘똘한 한 채'를 챙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노 실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노 실장은 2020년 7월 반포 아파트를 팔았다.
구 후보도 정부의 다주택 처분 권고가 내려오자 강남 아파트를 남기고, 성남의 주상복합 건물을 처분했다. 당시 개포주공1단지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2020년 초 성남 건물을 매물로 내놨고, 그해 10월 27억 원에 매각했다.
구 후보는 강남 아파트를 팔지 않는 이유를 묻는 언론에 "재건축 사업이 걸려 지금은 팔 수가 없다(MBC, 2019.12.21.)", "재개발 후 (새 아파트) 등기 시까지 매도가 불가능한 상태(이데일리, 2020.3.26.)", "재건축에 들어가 분양권을 팔 수 없다(JTBC, 2020.8.6.)"고 주장했다.
구윤철의 "재건축 때문에 매도 불가" 주장은 '거짓말'
뉴스타파는 구 후보의 주장을 검증했다. 취재 결과, 구 후보가 "재건축 때문에 처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던 기간 강남 아파트는 관련 법에 따라 매각이 가능했다. 구 후보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 단지의 조합 설립부터 준공 시점까지 토지 및 건물 거래(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했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1가구 1주택자 등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건축 때문에 아파트를 팔 수 없었다"던 구 후보의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2019·2020년 개포주공1단지는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강남구 내 재건축 사업 단지였고, 재건축 조합도 이미 오래 전부터 설립돼 있던 상태였다. 또한 구 후보 가족은 강남 아파트에 실거주한 적이 없었고, 1가구 2주택자였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 단지라 하더라도 사업시행인가 후 3년 내 착공하지 못할 경우, 3년 이상 보유자에 한해 착공 전까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했다.
개포주공1단지의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일은 2016년 4월 28일, 착공 신고일은 2020년 5월 28일이다. 즉 사업시행인가 후 3년이 지난 2019년 4월 28일부터 착공 전날인 2020년 5월 27일까지 약 1년 간, 3년 이상 보유자는 아파트 처분이 가능했다.
구 후보의 배우자 민 씨는 2013년 4월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았다. 즉, 2019년 4월 28일부터 2020년 5월 27일까지 민 씨는 3년 이상 보유자로서 강남 아파트를 매도할 수 있었다. 이 기간은 구 후보가 "재건축 때문에 매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시기와 겹친다.
거짓말로 지켜낸 강남 아파트 44평... 시세 50억 원 육박
구 후보의 배우자 민 씨는 2013년 4월 경매를 통해 개포주공1단지 내 전용 면적 56.57㎡ 아파트를 8억 9,100만 원에 낙찰받았다.
56.57㎡는 개포주공1단지에서도 큰 평형에 속했다. 보유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훨씬 넓은 평형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미래 가치가 높았다.
개포주공1단지 56.57㎡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20년, 전국에서 평(3.3㎡)당 실거래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혔다. 2020년 3월 기준, 전용 면적 56.57㎡ 매매 가격이 30억 9,500만 원으로 3.3㎡당 1억 8,086만원에 달했다. 2019년 말부터 이어진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당시 구 후보가 아파트를 매각했더라도 이미 20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구 후보는'거짓말'까지 하며 아파트를 팔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재 더 큰 이익을 얻게 됐다. 4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3년 11월, 재건축 사업이 끝나고 개포주공1단지 자리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에이치)가 들어섰다. 구 후보의 배우자는 재건축 조합원 자격으로 44평 아파트(공급 면적 144.05㎡, 전용 면적 112.85㎡)를 분양받았고 현재 보유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디에이치 44평은 지난 3월 4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2월 거래가는 44억 7,500만 원이었다. 현재 시세는 더 높다. KB부동산 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디에이치 44평 매물은 50억 원 안팎에 올라와 있다.
지난 6월 26일 취재진이 만난 개포동 소재 공인중개사는 "현재 디에이치는 단지 내 일부 시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부분 준공인가만 받은 상태다. 그래서 세대별로 소유권 보존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활발한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준공인가가 완료돼 등기가 이뤄지면 거래도 쉬워지니 더 가격이 오를 수 있다. 44평이면 50억 원대 중반까지는 갈 것이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시공사 측은 2026년 준공인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타파는 구 후보 측에 연락해 ▲과거 강남 아파트 처분이 가능했음에도 "재건축 때문에 못 판다"고 말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 법적으로 매도가 가능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등을 물었다.
구 후보 측은 답변을 일절 거부하며 "모든 언론에 대해 개별 질문은 받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는 게 방침"이라며 "기회가 되면 인사청문회 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