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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가 금(金)…대기업도 앞다퉈 진출 [168조 시니어 산업 트렌드]

매경이코노미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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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가 금(金)…대기업도 앞다퉈 진출 [168조 시니어 산업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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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차관 "韓, 새로운 동맹 국방비 기준 충족의 최신 사례"
케어닥·제론엑스·디엔엑스 금맥 노려


초고령화가 걱정거리만은 아니다.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 구조에 따라 시니어 시장 수요가 폭발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2020년 72조원이던 국내 시니어 산업 시장은 2030년 16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시니어 스타트업은 유아·펫 산업을 뛰어넘는 투자 유치와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의 AI 라이프 솔루션, 스마트싱스 ‘패밀리 케어’ 서비스는 복약 시간 알림 등 ‘일정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AI 라이프 솔루션, 스마트싱스 ‘패밀리 케어’ 서비스는 복약 시간 알림 등 ‘일정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제공)


주거+케어 ‘시니어 하우징’ 부상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도

시니어 하우징이 초고령사회 진입의 최대 유망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시니어 하우징은 실버타운, 고령자 복지주택, 시니어 레지던스 등 고령층 맞춤 주거 공간을 뜻한다. 2023년 7월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령자 중 1.8%가 ‘유료 노인홈’에 거주한다. 반면 한국 시니어타운은 2023년 기준 39개. 전 고령자 0.09%만 거주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순 비교해도 시니어 하우징 공급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20배 많다. 고령화가 가장 빠른 한국에서 시니어 하우징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눈에 띄는 기업은 토털 시니어 케어 플랫폼 ‘케어닥’. 2018년 창업한 케어닥은 간병인 매칭 서비스를 넘어 주거형 요양시설 브랜드 ‘케어홈’을 직접 짓고 운영 중이다. 케어홈은 장기요양등급 없이도 청소, 빨래, 식사 배송 등 맞춤형 돌봄을 받으며 노후 생활이 가능한 시니어 주거 브랜드다. 2023년 1호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곳은 4곳. 1호점인 배곧신도시점은 출시 6개월 만에 입주율 100%를 달성했다.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케어링’ 역시 단순 케어를 넘어 IoT 기반 시니어 주택 사업에 진출했다. 이 사업에서 케어링은 인테리어 기업 한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카카오헬스케어와 손을 잡았다. 한샘과는 시니어 전용 가구와 스마트홈 솔루션을 개발한다. 카카오와 손잡고는 시니어 주택에 들어갈 맞춤형 건강관리 모델 개발에 나섰다.

시니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단연 ‘돌봄 서비스’다. 시니어 케어 스타트업 보살핌이 운영하는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 ‘케어파트너’가 대표적이다. 케어파트너는 장기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관이 채용 공고를 등록하면 케어파트너에 속한 12만명 요양보호사에게 일자리 알림이 간다. 요양보호사는 거주 지역과 희망 업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수요자를 찾는다. 누적 가입 기관은 지난해 3000곳을 넘어섰다.


AI 활용 위험도 예측부터

치매 예방·진단까지

AI 시대를 맞아 시니어와 그들을 돌보는 인력을 위해 필요한 기술·서비스를 뜻하는 에이지테크(AgeTech)가 뜬다.

제론엑스 AI 디지털 케어 플랫폼 ‘늘케어’가 눈에 띈다. 늘케어는 통합 관제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허브 센서로 구성된다. 핵심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늘밴드’. 늘밴드는 체온,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등 바이털 데이터를 측정하고 AI 알고리즘이 위험 상태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고령층 과거 병력 데이터를 학습해 위험도를 매기고, 생체 변화를 감지해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AI는 고독사 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디엔엑스 ‘AI순이’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냉장고, 화장실 변기, 텔레비전 리모컨 등 평소 잘 사용하는 물건에 태그를 부착하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 정보가 자체 앱으로 전송된다. 이를 통해 고령자 실시간 정보를 자녀나 사회복지사가 원격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치매 예방·진단 분야에서 AI 활용을 주도하는 건 ‘세븐포인트원’이다. 대표 서비스는 AI 기반 비대면 인지 건강 관리 솔루션 ‘알츠윈’. 1분 동안 AI와 대화하면 진단이 끝난다. AI가 치매 고위험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인지 건강 척도’를 측정하고 분석해준다.

대기업 뛰어든 ‘실버 비즈’

시니어 레지던스·보험 상품 확대

시니어 시장이 유망 산업으로 인식되자 대기업 역시 관련 사업에 발 빠르게 나서기 시작했다.

건설사들은 불황 극복을 위한 새 먹거리 사업으로 시니어 주택 사업을 찍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당연히 건설사의 관련 사업 진출은 더 활발해질 것이란 평가다.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에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인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를 214가구 규모로 건립 중이다. 경기 용인에도 892가구 규모의 ‘고기동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한다.


대기업의 시니어 산업 진출은 요양, 여가, 헬스케어, 렌털, 교육까지 전방위로 확장세를 보인다. 코웨이는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하며 시니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기존 가전 렌털 사업에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접목했다. 헬스케어 전문 기업 GC케어와 손잡고는 맞춤형 건강·간병 서비스를 강화했다.

호텔 업계도 가세했다. 호텔신라, 롯데호텔앤리조트, 파르나스호텔 등 국내 주요 호텔·리조트 기업이 실버 시장에 발을 들였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을 선보였다. 올해 부산에 이어 서울 마곡 입주가 예정됐다. 정관에 노인주거·여가복지 사업을 추가한 호텔신라도 눈길을 끈다.

보험 업계는 치매·간병에 집중한다. KB손해보험은 치매·간병과 관련된 총 28종 보장을 담은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을 내놓았다. 특약 신설을 통해 기존 1~5등급까지 보장하던 장기요양 간병비 보장을 ‘인지지원등급’까지 확대했다.

시니어 친화형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효심을 자극하는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패밀리케어는 시니어 집에 있는 TV, 냉장고, 정수기 등의 사용 여부를 자녀가 스마트싱스 앱으로 확인하고 원격 제어하는 방식이다.

해외 시니어 산업 트렌드
“고령층과 젊은 세대 소통 확대”
글로벌 시니어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의 2030년 시니어 시장 규모를 각각 5100조원, 7300조원, 3200조원, 1300조원으로 예상했다. 2030년 글로벌 시니어 시장은 이 국가만 합쳐도 1경6900조원 규모다.

글로벌 시니어 시장은 ‘세대 간 소통’과 ‘디지털 포용’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주목받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시니어 동반자 돌봄 플랫폼 ‘파파’다. 파파는 시니어와 20~30대 청년을 1 대 1로 연결, 일상 속 외로움을 해소하고 간단한 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청년들은 ‘파파 팔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파파 팔스들은 고령자 가정에 방문해 안부 확인, 대화, 스마트폰 교육, 이동 보조 등 지원을 수행하고 시급 13~18달러를 받는다. 재원은 건강보험 회사나 고용주가 지급한다.

정동호 시니어이슈 학회장은 “중국에서는 고령 인구를 뜻하는 ‘은발 경제’라는 표현이 확산 중”이라며 “고령층을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 디지털 소비자이자 산업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시니어 모드’가 이를 상징하는 대표주자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했다. 글자와 이미지 크기를 확대하고, 제품 설명을 간소화해 시니어가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중국 지역 사투리를 인식하는 음성 어시스턴트, 가족이 대신 결제해주는 기능 등은 시니어 친화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중국 ‘100위안 패키지 식당’에서 고령자들은 하루 100위안(약 1만9000원)만 내면 식사는 물론, 노래방·마작·TV 시청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한국 경로당과 유사해 보이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상업화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참 앞서 있다.

일본에서 부상 중인 시니어 산업은 여행이다. 일본 최대 시니어 여행 전문 업체 ‘클럽투어리즘’은 65세 이상은 물론 75세 이상 초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연간 이용 고객은 300만명에 달한다. 클럽투어리즘 특징은 여행 이후에도 참가자 간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반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소모임 연결, 여성 전용 커뮤니티, 뉴스레터 제공 등을 통한 시니어 고립감 해소가 성공 요인이라는 평가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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