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감축 스케줄 앞당기겠다는 태국…
미국 농산물·LNG·보잉 제트기 80대 등 구매 제시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지난 1일 방콕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태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산업재를 개방하고 보잉 제트기 80대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36%의 상호관세를 피하기 위해 최후의 노력을 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피차이 춘하바지라 태국 재무 장관은 블룸버그통신에 태국 정부가 5년 내 대미 무역흑자 460억달러를 70% 줄이고 양국 무역량을 증진하되, 7~8년 이내 무역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내 무역격차를 해소하겠다던 종전의 제안에서 달성 시기를 더 단축한 것이다.
피차이 장관은 이 같은 제안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9일 전에 제출하겠단 방침이다. 태국 정부는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곧바로 다수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일부 상품에는 점진적으로 수입 제한을 폐지하겠단 입장이다.
태국 정부의 이처럼 수정된 무역협상안은 피차이 장관이 지난 3일 미국 무역대표부의 제임슨 그리어 대표와 재무부 차관 마이클 폴켄더과 첫 장관급 무역 회담을 가진 후 나왔다. 태국과 미국 간 첫 장관급 무역 회담이었다. 피차이 장관은 태국 농부들의 반발 우려에 대해 미국산 농산물 중 상당수가 태국 현지에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지 농가나 생산자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차이 장관은 특히 태국이 미국산 에너지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공격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무역 불균형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우선 SCG케미컬스와 PTT 글로벌 케미컬 등 태국 석유화학회사들이 미국산 에탄을 더 많이 수입하기로 했다. PTT는 알래스카 가스 프로젝트에서 20년 동안 매년 200만t의 LNG를 구매하고, 태국 국적 항공사인 타이항공은 향후 몇 년 안에 최대 80대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태국은 최상의 경우 10%의 세율을 요구하고 있고, 10~20% 사이의 범위라도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피차이 장관은 "가장 나쁜 상황은 우리 지역(동남아) 이웃국가들 대비 최악의 조건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나라 베트남의 경우 지난주 무역협상이 성사돼 수출품에 20%,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환적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품에는 40%의 관세가 부과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를 낮추지 못할 경우 상품 수출 급감으로 경제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동남아 국가들 중 가계 부채가 가장 높고, 국내 소비는 부진하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의 직무가 정지돼 정치 혼란이 가중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 상호관세 협상 타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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