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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배민온리 '덜컥수' 된 이유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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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배민온리 '덜컥수' 된 이유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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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배달의 민족 이미지 및 교촌치킨 본사 모습. 사진=각 사

배달의 민족 이미지 및 교촌치킨 본사 모습. 사진=각 사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과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교촌는 '단독 입점' 방식의 '배민온리' 협약이 지난 3일 보류됐다. 양측이 협약과 관련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전면 재논의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무산이란 평가가 나온다.

배민온리 협약은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경쟁사인 '쿠팡이츠'에 미입점하면 대신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사간 협약이 체결되면 교촌치킨은 쿠팡이츠에서 철수하고 배민, 요기요, 자체앱 등에서만 배달서비스를 진행하게 된다.

양사는 세부 협약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중개 수수료 6개월 면제 등을 제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중개 수수료 인하, 쿠폰 제공 등 향후 발생할 매출 감소폭을 충당할 만한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협상이 진행될 경우 배민은 교촌치킨 단독 입점으로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교촌치킨은 수수료 인하 등 가맹점주의 수익을 보전해 준다는 이점이 생긴다. 배민 입점의 점주와 교촌치킨 점주들은 매출에 따라서 2~ 7.8%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가 특정 경쟁사에 대한 입점 철회를 조건으로 협약을 맺은 건 처음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쏟아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양측이 협약을 보류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배민과 교촌의 협업이 공개되자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입점업체 간 수수료 차별은 명백한 불공정"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한 우대 혜택 제공은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런 협약은 공정거래법상 '배타조건부 거래' 혹은 '독점규제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단독 입점을 통해 업계 2위인 쿠팡 이츠를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배민은 요기요, 땡겨요 등 다른 배달 앱에 입점 여부와 관계 없이 쿠팡이츠에서만 철수하면 중개 수수료를 할인해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무료 배달,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프랜차이즈 독점 계약 형태라는 다른 경쟁 구도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 입점 철회를 조건으로 독점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에 강제성이 있다면 영업 방해 등 시장지배적 남용 소지가 있겠지만, 이번 협약이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부분이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사례이다 보니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배달 플랫폼과 주요 브랜드간 협약이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민이 현재까지 교촌치킨과 논의를 진행 중인만큼 법적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지만, 향후 배민온리 계약 형태가 다른 프랜차이즈로 번질 경우를 대비해 시장 영향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요기요, 땡겨요 등 다른 배달 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독점 계약이라고 보긴 어려우며 프랜차이지 모시기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이츠의 경우에도 햄버거 브랜드인 파이브 가이즈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경쟁사에서도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배민은 교촌치킨 이전에도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직영점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 등의 조건으로 유사한 협약을 맺고 독점점 형태의 서비스 제공을 한 바 있다.

다만, 블루보틀,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민 또는 쿠팡이츠 중 한 곳에 먼저 입점했으나 향후 타 플랫폼으로 확장한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배민커넥트 라이더.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커넥트 라이더.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과 교촌의 협약이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 외에도 소비자의 편익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논란을 불러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브랜드가 어떤 경쟁 앱에서 철수하고 특정 플랫폼하고 배타적 계약을 맺은 게 이번이 첫 사례"라며 "이번 사례가 하나의 신호탄으로 작용해 전체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이 철수하는 그런 사례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공정거래법 상 배타적 거래 규제라는 조항은 특정 거래처와 배타적 계약을 맺고 경쟁을 제한할 때 공정거래법상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 지배자인 배민과 또다른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교촌이 경쟁을 제한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특정 브랜드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특정 앱을 가입 해야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적 비용 등 편익이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기 위해 앱에 가입하는 등 시간적 제약이나 선택권이 일부 제한된 만큼 가격적 요소나 프로모션에 따른 또다른 소비자 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협약이 사실상 첫 단추부터 어긋난 모양새지만 양측은 협업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배민 측은 "현재 배민온리 협약은 무산된 상태가 아니라 장기화 과제로 진행 중"이라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드리고 교촌치킨 입점 점주께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견을 더 청취하며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촌과의 협약은 당초에 시기를 특정 지은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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